▲ 예나 지금이나 장수비결로 손꼽히는 게‘소식’이다. 딱 세 숟가락만 덜어내 보자. | ||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봐도 적게 먹으면 각종 성인병, 암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활성산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효소는 늘어나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다 젊게,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확실한 방법, 소식. 소식이 얼마나 건강에 이롭고 어떻게 실천하면 좋은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반식 열풍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소식이 건강비결, 장수비결로 빠지지 않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신진대사의 부산물로 그만큼 많은 활성산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고 유전자를 만드는 핵산마저 파괴하는 주범으로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내는 유해 물질이다.
특히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증 비만 등 여러 가지 성인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중년 이후에는 소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것들이라고 봐도 된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 소식을 한 쥐의 경우 혈당 수치나 인슐린 분비량이 젊었을 때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맥경화증의 주범인 혈중 지방 수치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에서는 두 마리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음식을 30% 정도 적게 먹은 원숭이가 더 젊어 보이고 생활하는 데 활력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생각하면 30%를 적게 먹은 원숭이가 기운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적게 먹으면 유전자가 활성화돼 활성산소가 줄어들고 또,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효소도 늘어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소식의 효과가 점차 입증되고 있다. 2005년 미국 워싱턴대의 폰타나 교수팀은 18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칼로리를 제한한 결과, 심장질환 위험인자가 크게 감소됐다고 발표했다. 로스 박사팀도 칼로리 제한으로 체온과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혈중 남성호르몬인 ‘DHEAS’ 수치는 높아지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세계적 노화연구 전문가인 유병팔 박사(전 미 텍사스주립대 노화연구소장)는 흰쥐 실험에서 30~40%의 칼로리 공급 제한으로, 쥐의 평균 수명이 40% 정도 연장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75세인 유 박사는 30년 넘게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하루 한 끼만 먹는 초소식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소식을 하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인지기능이 좋아지며 암세포를 억제하는 등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100세 이상 고령자 조사 결과’를 봐도 소식이 장수비결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11월 국내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에게 장수 사유를 물었더니 소식, 낙천적인 성격, 규칙적인 생활, 유전적 특성, 원만한 가족생활 등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참고로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채소·야채류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육류, 생선, 두부 등 콩류 제품 등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손꼽히는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 역시 ‘10분의 8만 먹는다’는 식습관으로 장수 마을을 이뤘다고 한다. 이들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미국인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보통 적게 먹는다, 즉 소식한다고 하면 평소 섭취하는 칼로리의 20~30% 정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칼로리는 체중(kg)×24를 하면 나오고, 이 수치에 각자의 활동량에 따라 0.3 또는 0.4를 곱하면 더 섭취해야 할 칼로리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직장인이라면 0.3을 곱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을 하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0.4를 곱하면 된다.
하지만 섭취 칼로리의 30%를 줄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활동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적게 먹어서는 안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거나 활동량이 많다면 10~20% 정도만 줄이는 데 도전해 본다. 굳이 칼로리를 따지기 번거롭다면 밥그릇에서 더도 말고 딱 세 숟가락만 덜어낸 후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는 습관만 들여도 좋다.
소식을 실천할 때는 영양불균형 상태가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흰 쌀밥보다는 쌀눈이 있는 현미잡곡밥에 신선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콩이나 두부도 많이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짜거나 단 음식,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은 삼가는 게 좋다.
또 자칫 어느 한순간에 결심이 무너지면 과식이나 폭식을 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바쁘거나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금물. 한 끼도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시간에 챙겨먹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