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이버섯에는 위암과 직장암을 억제하는 ‘크리스틴’ 성분이 들어있다. 사진은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보낸 자연산 송이버섯. 청와대사진기자단 | ||
겉보기엔 연약하지만 우리들 체내로 흡수되면 각종 질병에 대해서 강력한 ‘저항군’으로 변신하는 버섯. 가을철 보약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버섯의 성분과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버섯 하면 우선 ‘숲에서 나는 고기’로 불릴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편이다. 물론 버섯의 종류에 따라서 단백질의 함량은 조금씩 달라진다.
또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우리 몸의 수많은 생리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비타민 중에서는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군과 칼슘·인 대사에 필요한 D의 모체인 에르고스테린이 풍부하다.
버섯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것은 구아닐산이라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혈액 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고혈압, 심장병 등이 있는 경우에도 버섯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요즘 버섯이 항암식품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버섯에 함유돼 있는 ‘베타 글루칸’이라는 다당체가 암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즈오카대학의 미즈노 교수는 매일 100g씩만 버섯을 먹으면 암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당체는 물에는 녹지만 잘 소화되지 않는 성분으로, 위장관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박사(대한암예방학회 회장)는 “그동안의 연구에 의해 다당체 성분이 체내에서 면역계와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임파구가 증가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 혈관 정화, 변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올 1월 <네이처 이뮤놀로지(면역학)>에는 베타 글루칸의 여러 형태 중 ‘베타1-3D글루칸’이 칸디다균에 의한 폐렴에 대해 항염·항균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도 게재됐다.
다당체로 인해 항산화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포의 노화를 촉진해 각종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활성산소의 해를 막아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버섯을 씹을 때의 쫄깃쫄깃한 맛이 바로 섬유질 때문이다. 아토피 질환이나 만성피로, 두통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 납이나 수은, 카드뮴, 우라늄 같은 중금속이 몸속에 많이 쌓여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평소 버섯을 포함해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25~30g 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대장암이나 고혈압, 비만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장이 깨끗해지면서 피부나이까지 젊어진다고 한다.
▲ 버섯된장찌개. | ||
표고버섯 속의 ‘에리타데닌’ 성분은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물에 불리면 에리타데닌 성분이 잘 녹아나온다. 잠자기 전에 말린 표고버섯 1개를 1컵의 물에 담가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마시면 혈압을 낮추는 데 좋다. 흔히 중국요리에서 돼지고기를 사용할 때 표고버섯이 빠지지 않는 것은 표고버섯의 섬유질이 콜레스테롤 흡수율을 떨어뜨려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 걱정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생 표고버섯은 질감이 부드러워서 좋지만 말려서 쓰면 더 영양이 풍부해진다. 햇볕에 말리면 에르고스테린이 비타민 D로 변해서 칼슘 흡수를 돕는 만큼 뼈와 이에 좋다. 말린 표고버섯을 불릴 때는 끓는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조금 넣고 불려야 맛과 향이 도망가지 않는다.
느타리버섯 역시 콜레스테롤 제거 효과가 뛰어나 동맥경화, 고혈압 등을 예방해 준다. 다당체와 비타민 E보다 항산화작용이 2000배 정도 강하다는 셀레늄이 들어 있어서 느타리버섯에서 추출한 진액을 암환자에게 임상실험한 결과 유방암, 폐암, 간암 등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느타리버섯을 고를 때는 갓이 작고 대가 튼튼한 것보다는 갓이 크고 대가 작은 것을 골라야 효능이 더 많다. 또 지나치게 흰 것은 표백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서양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양송이버섯 역시 항암, 항균효과와 함께 항혈전작용을 한다. 또 체내 합성이 불가능한 필수 아미노산이 6가지나 들어 있으며 비타민 B·D가 풍부해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먹이면 좋다.
새송이버섯은 송이버섯 특유의 소나무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느타리버섯류에 속하는 버섯. 다른 버섯에 많은 비타민 B1, 비타민 B2, 나이아신 등이 거의 없는 대신 다른 버섯에 없는 비타민 B6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B6는 혈액 생성과 신경안정에 좋다. 다른 버섯에는 없는 비타민 C가 특히 많아 여성들에게 좋은 버섯이기도 하다. 멜라닌이 피부에 침착되는 것을 막아 잡티를 예방하고 미백효과가 있다.
약용버섯으로는 영지버섯이나 상황버섯, 아가리쿠스, 동충하초 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일반 버섯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 굳이 약용버섯이 아니더라도 구하기 쉽고 값이 싼 일반 버섯을 자주 먹는다면 유효 성분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뽕나무 등의 고목에 붙어 자라는 상황버섯은 특히 소화기 계통의 암과 간암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판되는 것은 대부분 인공 재배한 것으로 자연산 항암버섯과 효능이 비슷하다.
이런 약용버섯으로 만든 건강식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여주는 보조적인 개념이 아니라 치료제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간이 나쁜 환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치료를 방해할 우려도 있다. 백현욱 박사는 “믿을 만한 임상시험 등으로 효과가 입증돼 있는지,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지 확인하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버섯을 조리할 때는 양념을 약하게 해야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 열에 약해 구울 때는 살짝 굽는 것이 좋고, 찌개나 국에 넣을 때도 먹기 직전에 넣는 게 요령.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버섯 초절임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좋은 밑반찬이 된다. 깨끗이 씻은 버섯의 물기를 빼고 유리그릇에 담고 간장, 식초, 물엿, 술, 생강즙을 끓여서 식힌 뒤에 버섯이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대로 2일 정도 두었다가 버섯을 건져 먹으면 된다.
요즘처럼 따뜻한 차가 생각날 때는 버섯차로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은은한 버섯의 향을 즐기면서 마시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늘에서 꾸들꾸들해질 때까지 말린 버섯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살짝 볶는다. 볶은 버섯은 잘게 썰어서 밀폐 용기에 담아두고 마실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따뜻한 물로 우려내 마시면 된다.
버섯주를 담그는 방법도 간단하다. 표고나 송이버섯 600g에 소주 1ℓ를 부어 2개월 정도 시원한 곳에 두면 성분이 우러난다. 버섯을 잘라서 사용하면 더 잘 우러난다.
신선한 버섯을 먹고 싶다면 새싹채소를 기르는 것처럼 직접 버섯농원에서 종균이 접종ㆍ배양된 배지를 구입해서 길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항 등에 넣어 습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기르면 된다. 느타리버섯의 경우 2~3일간 상자에 그대로 두었다 이후부터 하루 세 번씩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7일 후부터는 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
먹다 남은 버섯은 물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실에 둔다. 표고버섯은 햇볕에 3~4일 정도 바짝 말려서 보관하면 좋다. 하지만 보존 상태가 나쁘면 에리타데닌의 함량이 줄어든다. 냉장보관한 생 표고버섯은 2~3일 안에, 말린 표고버섯은 냉동실에 두었다가 개봉하면 1개월 내에 사용하도록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