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갱년기와는 달리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남성의 갱년기가 여성의 갱년기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남녀 모두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감소할 때 갱년기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만큼 증상도 서서히 나타난다. 그래서 여성들에 비해 갱년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더 어려운 편이다. 더욱이 남성들은 자신이 갱년기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아내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서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남성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은 10∼12세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대가 되면 성인의 정상 범위(3~16ng/㎖)에 도달하고, 40대 이후가 되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렇더라도 대부분은 정상 범위를 유지하는데, 일부에서는 3ng/㎖ 이하로 떨어지는 남성 갱년기가 찾아온다. 우리나라 40대 이상의 남성 가운데 남성호르몬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은 경우는 무려 15~20%에 이른다는 대한남성갱년기학회의 보고도 있다. 참고로 남성호르몬은 하루 중에도 변화가 커서 언제 검사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성장호르몬은 나이가 들면서 남녀가 똑같이 감소한다. 20대부터 10년에 약 15%씩 감소하는데, 성장호르몬이 빨리 감소하면 노화속도가 앞당겨져 주름이나 뱃살, 골다공증, 건망증, 피로, 의욕상실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갱년기의 주된 증상도 조금 다르다. 여성들은 얼굴에 열이 확 오르면서 붉어지는 안면홍조, 땀, 입맛 변화, 질액 감소, 요도·질의 가려움증 등을 많이 호소하고 고지혈증, 우울증, 골다공증 등의 질병이 나타나기 쉽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성욕이나 정력의 감소를 가장 뚜렷하게 느낀다. 외국에서는 정상적인 성생활이 되지 않을 때가 바로 갱년기의 시작이라고 볼 정도다. 다시 말해 성적 욕구가 감소하고 섹스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 성행위 도중의 발기력 감퇴, 성기능의 자신감 결여 등의 문제가 생긴다. 참고로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은 성욕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액의 양이 줄어들고, 사정액에 담긴 정자의 질도 떨어진다.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고 비정상적인 모양을 가진 정자가 늘어난다. 이 같은 현상은 정자를 만드는 관인 세정관의 노화 때문으로, 세정관의 노화로 인해 고환의 크기까지 줄어든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이외에도 초조감, 우울증, 기억력·집중력 감소, 피로, 안면홍조, 체지방 증가 등을 보이기 쉽다. 여성처럼 가슴이 나오거나 체모가 줄어들기도 한다.
또 하나의 차이는 여성은 대부분이 갱년기를 겪지만 남성은 모두 갱년기를 겪는 것은 아니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 등이 있는 경우에 걸릴 위험이 크다.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도 남성호르몬이 정상 수준을 유지할 때는 갱년기를 겪지 않는 것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사람, 집중력이 강하고 소극적인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일수록 남성 갱년기의 위험이 큰 편이다. 반대로 성격이 긍정적이고 운동을 가까이하는 사람,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은 갱년기를 겪는다 해도 증상이 가볍다. 흡연이나 음주, 비만, 영양부족 등도 남성 갱년기 발생을 부추긴다. 약물 중에서는 이뇨제나 위장약, 항우울제 등이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갱년기가 나타나는 연령대는 남녀 모두 개인차가 크다. 여성들은 50대를 전후해 많이 생기지만 빠르게는 40대에도 찾아올 수 있다. 남성은 40세 이후에는 언제든지 갱년기가 찾아올 수 있고 드물게는 한창 활동할 무렵인 30대에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갱년기는 사실 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화현상이다. 하지만 갱년기를 겪는 당사자로서는 괴롭기 짝이 없다. 입맛이 통 없으면서 열이 잘 오르고 피곤한 몸도 몸이려니와 심리적으로도 불안감, 무력감이 심해서 그대로 두면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여성들은 안면홍조나 불면증 등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을 함께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그렇지 않던 사람이 작은 일에도 짜증을 잘 내게 되는데, 주위의 배려가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부부가 서로 남편의, 아내의 갱년기를 함께 극복한다는 생각으로 배려한다면 힘든 시기를 빨리 벗어날 수 있다.
갱년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규칙적인 생활과 휴식,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활력 있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쉽게 살이 찌는 만큼 과식을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짜고 매운 음식, 소금, 설탕,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이 들어간 식품은 적게 먹되, 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 것보다는 지방이 적은 부위를 적당히 먹어주도록 한다.
대표적인 블랙 푸드인 검은콩이나 검은쌀, 검은깨 등의 식품도 갱년기에 권할 만하다. 검은콩은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이소플라본이 많아 여성 갱년기에 특히 좋고, 검은쌀은 검은콩보다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4배 이상 들어 있다. 검은깨에는 안토시아닌과 함께 자꾸 깜빡깜빡하는 기억력·집중력을 높여주는 레시틴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남성의 갱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는 생식기능에 관여하는 아연이 많은 굴이나 새우, 게, 쇠고기, 견과류, 콩 등이 있다. 라이코펜뿐만 아니라, 비타민 A·C, 셀레늄 등의 다양한 영양이 들어 있는 토마토도 하루에 1개씩 먹으면 좋다.
술은 과음을 하지만 않는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갱년기 장애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영양소가 없으면서 고열량을 내는 만큼 지나치면 안 된다.
규칙적인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불안, 우울, 불면증 등을 해소하는 효과와 함께 쌓이기 쉬운 체지방을 소모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운동이 직접적으로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늘려주기도 한다. 조깅이나 등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늘고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건강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갱년기가 찾아오기 전에 30대 중반부터 미리미리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 관리를 해주는 게 더욱 좋다.
운동을 할 때는 유산소 운동만 하지 말고 나이가 들면서 매년 감소하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근력운동도 함께 해주도록 한다. 적당한 근육이 있어야 기초대사율이 높아져 열량 소모가 늘고, 근육이 뼈에 붙어 있는 만큼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면 뼈가 튼튼해진다.
갱년기 증상이 심할 때는 필요하다면 호르몬 요법으로 괴로운 증상을 다스릴 수 있다. 남성은 부족해진 남성호르몬을, 여성은 여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주는 것이다.
가정의학 전문의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갱년기라고 무조건 호르몬 요법을 하기 전에 호르몬 검사를 보는 게 좋다”며 “자신에게 부족한 호르몬의 종류와 정도를 체크한 다음에 주치의와 상의해서 호르몬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남성호르몬이든, 여성호르몬이든 경우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호르몬제가 전립선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만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등이 있으면 신중해야 한다. 또한 호르몬 요법을 받는 기간에는 전립선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호흡곤란이나 비만, 수면무호흡 등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호르몬 치료로 호흡곤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의 경우 안면홍조, 땀이 많이 날 때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요법을 많이 쓴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나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여성이라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에스트로겐 제재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콩, 석류 등에서 추출) 제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암평의회는 “타목시펜이라는 유방암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이소플라본이 고용량으로 들어있는 콩 보충제를 섭취했을 때 약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실치 않다”며 “콩에서 이소플라본만 추출한 건강식품이나 약제를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콩 보충제가 신경 쓰인다면 콩을 통째로 먹거나 콩으로 만든 두부, 두유 등의 콩 제품으로 콩의 모든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성장호르몬 요법 역시 암환자나 두뇌압이 높은 경우, 당뇨병성 망막증이 있는 경우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과 일주일에 6번 주사를 맞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데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도 도움이 된다. 식품 중에서는 견과류, 수육, 계란, 등 푸른 생선, 바나나, 토마토 등의 식품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가정의학 전문의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