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감기의 합병증으로 중이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는 다 나았다 싶은데 갑자기 귀가 아프다면 중이염을 의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모르고 두었다가는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해 고생하게 된다. 중이염 하면 아이들에게 많은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어른들도 중이염이라는 사실을 몰라 만성 중이염이 된 다음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또 감기나 과로 등으로 찾아오는 인후염, 후두염, 편도선염 같은 질환이 귀 통증을 부르기도 한다. 귀에 있는 신경과 연결된 부위들이기 때문이다.
감기가 흔한 계절에는 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귀에 염증이 생기는 중이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다.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코를 세게 풀면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콧물 세균이 중이 안으로 들어가 중이염에 걸리기 쉽다.
갓난아기의 경우에는 누운 채로 젖병을 빨면 귀의 구조상 이관을 통해 우유가 흘러들어가 중이염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중이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3개월 이상 그대로 두면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전영명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 어른들도 중이염을 방치해 만성중이염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중이 내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중이염이 있으면 갑작스러운 귀의 통증이나 열이 있거나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다. 특히 중이염이 왔을 때 깨끗하게 낫지 않은 상태로 중이강에 염증성 액체가 남아 있는 삼출성 중이염은 귀가 아프거나 열이 나지 않아 모르고 지내다가 만성 중이염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만성 중이염이 되면 귀에 염증이 계속 있는 상태로, 귀가 울리고 청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어지럼증이 생겨 주위 사물이나 천정 등이 빙빙 도는 느낌이 있고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길게는 수십 년 간이나 염증이 반복되면서 이명, 어지럼증, 두통 등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만성 중이염을 그대로 두면 안면신경이 마비되거나 뇌수막염 같은 합병증을 만들고 심한 경우에는 내이가 파괴돼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
▲ 감기가 다 나았다 싶은데 갑자기 귀가 아프다면 중이염을 의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소리이비인후과 | ||
다른 부위의 이상으로 귀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의학용어로는 ‘연관이통’이라고 부른다. 귀에 있는 신경이 구강이나 인후두 등의 다른 부위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귀에는 감각을 지배하는 4개의 뇌신경과 1개의 경추신경이 모여 있다.
연관이통의 원인으로는 감기 또는 과로 등으로 잘 생기는 인후염, 후두염, 편도선염 등이 흔하다. 또한 위, 십이지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이 역류하는 위식도역류가 있어도 귀가 아플 수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릴 때 가슴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고 감기, 비염 등이 없는데도 기침이 잦다면 위식도역류가 의심된다. 과식, 육식을 즐기는 40대 이후의 남성에게 특히 많은 편으로 후두내시경, 식도 내의 압력과 산도 측정 등을 통해 위식도역류를 진단하게 된다.
턱관절장애가 있을 때도 귀 통증이 나타난다. 그래서 귀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턱관절장애라는 진단을 받는 수도 있다. 입을 벌리거나 음식을 먹을 때 턱에서 딱, 딱 소리가 난다면 턱관절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오징어처럼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턱을 괴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이 있다면 턱관절장애가 되기 쉽다. 위아래의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빠진 치아, 충치 등을 방치하고 다른 쪽으로만 오랫동안 음식을 씹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드물게는 삼차신경통이 귀에 나타나기도 한다.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인 삼차신경의 이상으로 얼굴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치아에서 통증을 심하게 느끼면 치과로 달려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귀가 아프다면 일단 귀의 전반적인 기능과 상태를 검사해 보되, 만약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연관이통을 의심,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내시경으로 비강, 인후두 등을 우선 살펴보고 그래도 이상이 없다면 다른 이상을 확인하도록 한다. 연관이통의 원인질환을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면 귀의 통증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물론 원인에 따라 치료기간이 다르다. 인후염, 후두염처럼 빨리 치료가 될 수도, 아니면 위식도역류처럼 3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 만성중이염 체크리스트
자료 제공/소리케어 이비인후과 네트워크
다음의 항목 중에서 2가지 이상 해당되면 만성중이염을 의심,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귀에서 하얀 촛농 같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 감기를 앓은 후에 소리가 작게 들리는 느낌이 있다.
□ TV 음량을 전보다 키운다. 아이가 자꾸 TV를 앞에서 보고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 수영장에 갔다 오니까 간지럽고 귀가 쑤신다.
□ 두통, 현기증 등이 있으면서 가끔 귀에 통증이 있다.
□ 귀에서 고름이 나오다, 안 나오다 하는 상태가 반복된다.
□ 약물치료를 하고 있지만 귀의 염증이 잘 낫지 않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비인후과 전문의 전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