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 없이 피로하고 기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부신의 기능을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J 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신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 불규칙한 생활을 하거나 수면 부족, 급·만성 감염, 운동 부족 또는 무리한 운동, 과로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이 요주의 대상이다.
피라미드와 비슷한 모양의 부신은 양쪽 신장 위에 하나씩 붙어 있는 내분비 기관이다. 나이, 성별, 체중에 관계없이 무게가 4g 정도인 작은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부신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 호르몬은 체내 염분을 비롯한 전해질의 균형을 잡아주고 체온이나 혈액량, 혈압, 혈당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어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뿐만 아니라 해독, 항염증 작용을 하고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것 또한 부신의 기능이다. 실직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만성질환 등으로 우리 몸은 끊임없는 스트레스 상황을 맞이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부신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신과 면역력 사이의 관계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한 후에 밝혀졌다. 당시 사망자를 부검했더니, 대부분 부신에 출혈이 있거나 쪼그라드는 등 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부신피질 호르몬의 생합성과 분비는 어떻게 조절될까. 주로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그리고 부신 자체에서 만들어내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신경계, 스트레스 등 다른 자극과도 관련이 있다.
이 중 어디엔가 이상이 생겨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가 부신 기능 저하증이다.
부신이 제 기능을 못하면 심한 피로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체중감소나 오심, 구토, 복통, 변비 등을 보일 수 있고 일어설 때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근육통, 관절통, 저혈당,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재혁 교수는 “이유 없이 피로하고 기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한 번쯤 부신의 기능을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두 가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신의 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만성적인 염증질환인 퇴행성관절염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 축농증 등이 그것이다. 이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염증을 잡기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차츰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또한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면 만성질환의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경우 만성질환의 증상만 치료하기보다는 부신의 기능을 회복시켜 항염증 작용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재혁 교수의 설명이다.
요즘 감염이 늘고 있는 결핵균에 감염돼도 부신기능 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는 뇌종양 수술 후에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질환으로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오·남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신기능 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병원에서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한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아픈 경우에는 용량이 2배 정도로 늘어난다.
평소 부신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늘 시간에 쫓겨 생활하면 안 된다. 부신이 무리하는 줄도 모르고 쉴 틈 없이 일하다가는 건강을 해친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쉬어가며 일하는 것이 좋다.
하루의 피로를 개운하게 푸는 시간은 바로 잠자는 시간. 숙면은 부신의 기능 회복에 필수적인 요소다. 부신호르몬은 밤이나 새벽에 최저 농도가 되었다가 아침 8시에 최고가 되고 이후에는 서서히 감소되기 시작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부신호르몬이 거의 분비되지 않으므로 밤에는 잠을 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밤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경우에는 이 리듬이 깨진다.
자신의 인간관계도 체크해 본다. 부신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무엇보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상황이 찾아왔을 때는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전직, 이별, 이사 등 심한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을 찾을수록 부신이 무리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신종플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졸 호르몬은 NK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또한 부신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단백질 섭취를 해야 한다. 지방을 떼어낸 살코기나 흰살 생선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호르몬의 합성과 면역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지방도 적당량 먹는다. 생선이나 들기름, 참기름, 포도씨유, 올리브유 등 식물성 기름에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높다.
반면 여러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은 삼간다. 오래 보존하기 위해, 혹은 맛있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물을 해독하느라 부신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재혁 교수
드링크제? 부신엔 악영향
직장인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나 커피, 음료수 그리고 가공식품, 담배 등은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작용이 있다. 때문에 이들 식품을 섭취하면 잠시나마 에너지가 생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신이 제 기능을 회복하는 데 방해가 된다. ‘피곤해서’ ‘몸이 찌뿌드드해서’ 회사 앞 약국에서 박스째 사마시는 피로회복제도 삼간다. 부신의 기능을 돕기보다는 남은 부신피질 호르몬마저 고갈시킬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