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사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오릭스금융그룹 등이다. 국내 PEF는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IMM프라이빗에쿼티, 보고펀드, 한앤컴퍼니가, 해외 PEF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PEA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오는 11월 11일 본입찰을 진행하고 같은 달 28일 최종 낙찰자와 계약해 매각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예비입찰에 18개 투자자가 참여해 16곳이 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국내 금융사는 대부분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다만 이들은 경영권 확보보다 자사와 시너지 효과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면 2년 임기의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다. 또 6% 이상 투자한 곳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는 임기를 3년까지 우대해준다. 즉 간접적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해 자사와 연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곳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이다. 안방보험은 최근 한국 알리안츠생명보험까지 인수하면서 한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창구를 통해 자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참여한 건 맞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본점. 일요신문 DB
일본의 오릭스는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오릭스 관계자는 “오릭스는 글로벌 금융회사이니만큼 우리은행의 해외 채널 활용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최종 입찰하면 이사회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증권 자회사가 없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지점 없이 온라인 매매 중심인 키움증권은 우리은행을 통해 지점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올해 말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자사와 시너지효과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노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부분 금융사가 SI로 참여한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우량 자산이 있으면 시장에 제공하는 게 자산운용사의 역할”이라며 “투자 가치가 있어서 투자를 한 것이지 경영권이나 사업 확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PEF도 대부분 FI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PBR은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에 비해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PBR이 1이면 주가와 주당순자산가치가 같다고 보면 된다. 증시에서 PBR이 1 이상이면 고평가, 1 미만이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현재 우리은행의 PBR은 0.3~0.4 수준으로 향후 우리은행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고배당성향도 매력적인 요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은 31.78%로 신한지주(26.66%), KB금융(22.29%), 하나금융지주(21.15%) 보다 높았다.
흥행 이면에 정부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4번의 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정부가 금융권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종용했다는 것. 지분 전량 매각이 아닌 과점주주 형태 매각도 입찰 참여 기업의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과점주주 형태로 매각하면 지분을 인수한 투자자들의 경영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입찰이 마감되면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보가 우리은행 지분 30%를 매각해도 여전히 지분 21%를 소유한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반면 입찰한 기업의 지분은 최대 8%다. 그러나 예보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가 기업들에 투자를 종용한 것이지 정부 차원의 요청은 없었다”며 “입찰한 투자자들은 각각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추천받은 모든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 협조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경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는 예비입찰의 흥행이 본입찰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자도 본입찰에 참여할 뜻을 보였다. 그러나 PEF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주도하는 매각이니만큼 국내 기업은 쉽게 발을 뺄 수 없을 것”이라며 “PEF는 단순 투자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아 실사 결과를 지켜보고 조건이 안 맞으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예비입찰 참여 안 한 기업들 속내…포스코·새마을금고 ‘내 코가 석자’ 예비입찰은 흥행했지만 입찰 후보로 거론되던 KT와 포스코가 불참해 이번 입찰에서 산업계 자본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KT와 포스코는 우리은행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은행의 강력한 우군으로 불리는 만큼 매각 때마다 유력후보로 거론돼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외부 투자보다 내부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새마을금고가 불참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정재호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부문장이 언론에 우리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제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다”며 “우리은행이 매력적이지만 MG손해보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후보로 거론되던 교보생명, 기업은행도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현재 매입가도 만만치 않다”며 “시가대로라면 4%라고 해도 3000억 원 이상이라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