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성희롱 사건’이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번에는 학내에서 페이스북 성희롱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17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한 학과 학생 30여 명이 ‘고추밭’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동료 여학생을 성적 대상화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음란물을 공유한 사건이 벌어져 피해자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추밭’의 운영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난 7일 대자보를 붙여 “‘고추밭’ 그룹에서 성폭력으로 규정되는 발언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시물 가운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여성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게시물 중 학내 여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게시물은 7개뿐이었다며 해당 발언도 공개하며 일상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며 성폭력 가해행위로 규정된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X반에는 괜찮은 애들이 좀 많은데 X반에는 애들이 너무 노답이라 너무 재미가 없어요. X반 꼬추들 파이팅’, ‘왜 이렇게 XX과 여자애들은 안 설레죠?’, ‘여자 선배와 밥 약속 후 걸어가다가 소중이가 서버렸어요’, ‘학우 여러분 우리 모두 XX(학번) 탑쓰리 뽑아봐요’, ‘XXX 내꺼다. 건드리지 마라’, ‘XXX 제꺼에요. 건드리면 사망인 거 아시죠?’, ‘사실 XXX 학우를 좋아합니다’ 등이다.
고추밭 운영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내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피대위는 1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여학우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게시물이 공개되면서 피해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피대위를 매도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표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피신고인 측도 “(운영자를 제외한) 피신고인 대부분은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각자 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 “대자보는 그룹 운영자 등의 개인 의견일 뿐 피신고인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고추밭 사건’의 피대위와 피신고인들은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주관으로 합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