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포스터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제8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제임스 저드의 지휘로 지적이고 독창적인 해석 연주로 세계에서 찬사를 받는 첼리스트 양성원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마스터즈 시리즈 11 ‘거인’ 연주회를 27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개최한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이번 연주회는 ‘말러의 블루미네’를 시작으로 ‘엘가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와 ‘말러의 교향곡 제1번 라장조 거인’을 연주하게 된다.
이번 연주회는 영국의 음악적 자존심으로 일컫는 엘가의 작품을 영국 출신의 지휘자인 제임스 저드의 지휘, 영국 그라마폰이 극찬한 첼리스트 양성원의 협연으로 연주된다는 점에서 음악적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시향은 이전에도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완전체 ‘거인’을 만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1888년에 완성된 당시 말러 ‘교향곡 제1번’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2부로 구성된 교향시 형태였고 악장 수도 다섯이었다.
188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초연되었을 때는 ‘장송 행진곡 풍으로’라고 명명된 4악장(현재 3악장) 외에는 별다른 표제가 없었지만, 1893년 독일 함부르크 연주 때에는 각 악장 앞에 표제와 설명이 붙었다.
후에 작가의 의도와는 표제가 음악의 이해에 혼란을 빚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표제를 지워버리고 현재 독립 관현악곡으로 연주되는 ‘블루미네’(당시 2악장)도 삭제하였다.
하지만 이번 연주회에서는 ‘블루미네(Blumine, 꽃의 노래)’를 함께 연주해 대전 최초 초연의 감동을 선사하는 완전체 ‘거인’을 연주한다.
전 세계적으로 말러의 독창적이고 철학적 음악세계에 매료되어 말러 음악을 추종하는 ‘말러리안’들이 형성될 정도로 그의 음악은 평범함과 대별된다.
이번에 연주되는 ‘교향곡 1번 거인’은 음악청년 시절 말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 곡은 작곡가 생전에 한 번도 호평을 받지 못하였다.
당시 ‘비평의 교황’으로 불리며 오스트리아 음악계를 군림하였던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우리 가운데 한쪽이 미쳤음이 틀림없지만, 그것은 내 쪽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은 그의 가장 대중적인 교향곡으로 자리 잡았으니 한슬리크는 무덤에서 그의 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국 그라마폰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톤과 뛰어난 선율감각의 소유자”라고 하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넘치는 상상력과 빛나는 테크닉, 한 치의 틀림도 없는 정확한 음정의 연주”라고 극찬한 첼리스트 양성원의 협연자로 출연하는 것도 이 연주회를 기대하게 한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영국의 음악적 자존심인 엘가의 음악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대작 ‘첼로 협주곡 마단조, 작품 85’를 선보인다.
엘가 스스로 “나의 진정한 대작”이라 말하며 만족감으로 표현한 엘가 최고의 협주곡인 이 작품은 20세기에 작곡된 첼로 작품 중 가장 비극적인 곡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풍요를 잃은 영국에 던지는 엘가의 작별인사라고 말하기도 하는 이 곡은 첼로의 본질을 가장 잘 대변한 음악이다.
첼로의 저음이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슬픔처럼 마음을 감싸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낙엽과 함께 이 가을에 가장 떠올릴 수 있는 첼로 선율로 관객들을 매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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