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선거에서 당당히 1, 2위를 차지한 송영길 김민석 위원은 단번에 차세대 정치지도자 반열에 올라섰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또다른 정치 실험무대에 올라 있다. 송 위원은 ‘한국의 오마바’를 꿈꾸며 대망론에 불이 지피고 있고 김 위원은 ‘판 메이커’를 자임하면서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중장기 구상에 돌입한 상태다. ‘제헌 60주년’을 맞은 7월 17일 두 사람을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와 향후 정치 비전을 들어 봤다.
―7·6 전대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화려한 부활은 아니다. 과분하고 감지덕지할 결과다. 경선에 참여했을 때 5등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1위와 1%도 차이가 안 나는 2위로 당선됐다. 대의원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386세대답지 않게 정치적 시련기를 많이 경험했는데.
▲6년 공백기를 가졌다. 정치재개가 불가능할 것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다. 3김 이후 저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정치인에게 시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저는 단맛을 먼저 보고 쓴맛을 봤고 다양한 해외·국제경험을 폭넓게 터득한 것이 오히려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대 이후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은데.
▲민주당이 존재하는 한 계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논란거리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잘못된 당 운영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 지도부도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분당 4년의 잔재는 민주평화세력의 와해를 가져왔고 심각한 분열주의를 야기했다. 앞으로는 결단코 분당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현 여권은 과거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는데.
▲저 또한 DJ정부보다 참여정부를 박하게 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크게 신장됐다. 남북관계와 인권, 각종 복지정책이 개선됐고 경제정책도 비교적 투명하게 펼쳐졌다. 다만 정책적으로 혼선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기대했던 경제정책은 물론 남북관계와 정치 모든 면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엉터리 정부에게 정권을 빼앗긴 현실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 정부를 평가절하하기 이전에 4개월간의 집권 기간이 상실이었는지 회복이었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5년 만에 정치적 화해를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을 6년 만에 뵈었다.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고 관계도 괜찮다. 민주당 내부에서 영남권에 연고를 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교감 속에 함께 일을 한 게 많다. 92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청년특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같이 맡아 전국투어 행사도 같이 했다. 그 때부터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가 있으면 제가 단골 연사로 출연했다. 굉장히 가까운 사이다. 다만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정 후보를 지지했던 점에 대해 인간적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봉하마을 방문 때 노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최근 역사 속에서 제가 죄송한 것도 있고 서운한 역사도 있었다. 죄송한 역사는 잘 알다시피 2002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고 서운한 건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황당한 문제로 검찰에 표적수사를 당했던 것을 말한다. 검찰이 억지기소하고 집행유예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번 4·9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된 원인이 되기도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두 가지 얘기를 했다. 2002년 대선후보 단일화 문제는 대의원의 선택으로 이 자리에서 만난 것으로 역사적 화해가 된 것이고 검찰에서 불편하게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면 참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다소 어색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노 전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서울시 의회 ‘뇌물사건’과 관련해 대책위원장을 맡았는데.
▲일부 보수 언론이나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축소·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우리 당은 이번 사건을 확대시킬 방침이다. 서울시 의회 99%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런데도 해당 의원들을 공천한 한나라당에서는 사건 발생 후 4일 동안 회의도 없고 심지어 대변인 논평조차 한건도 내지 않았다.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판 메이커론’을 주창한 배경은 무엇인가.
▲향후 5년은 ‘판 메이커’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저는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큰 꿈을 그려왔다. 국가경영과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정치인이 국가경영을 꿈꾼다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의무라고 본다. 다만 현 시점에선 민주당의 재집권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판을 살려야 하고 차기 대권에 중립적인 인사가 ‘판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판 메이커’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게 저의 본심이다.
―판을 어떻게 살리고 또 어떤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보나.
▲현 시점에서 차기 대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판이 짜여질 것이다. 사견이지만 차기 대권 판에는 잠룡이든 뜬 용이든 모든 자원이 활용돼야 하고 부양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의원, 지난 대선 때 경쟁했던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가 우선적 관심 대상이고, 박주선 송영길 최고위원, 천정배 김효석 의원, 김근태 신기남 전 의원 등도 대권판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예비 잠룡 10명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여론을 잘 받든다면 차기 대권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