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 멕시코는 대한민국에 '악몽'과 같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나 1-3 역전패를 당했다.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에서 사상 첫 선제 득점에 성공했지만 이내 역전을 내줬다. 양 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만났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당시 대표팀은 연속골을 허용한 이후 손흥민의 만회골로 1-2로 패배했다.
대표팀으로선 달갑지 않은 징크스도 있었다. 역대 11번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다.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조차 무승부에 그친 바 있었다.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었다. 앞서 열린 같은 A조의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 결과가 1-1 무승부로 나오면서 이날 승리하는 팀은 조 1위 등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조 1위를 조기에 확정한다면 마지막 3차전을 편안하게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차전 체코전 대비 작은 변화를 줬던 대표팀이다. 측면 윙백에 지난 경기에서 오른쪽에 섰던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설영우가 빠진 오른쪽에는 김문환(대전 하나시티즌)이 섰다.
강성주 IB스포츠 해설위원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멕시코의 빌드업 구조를 의식한 변화로 해석된다. 실제 진행된 경기에서도 멕시코의 공격 작업을 우리가 잘 제어했다고 본다"면서 "다만 공격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의 장점이 좀 퇴색됐다"고 짚었다.
나머지 포지션은 직전 경기와 같았다. 공격진에는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미드필드에는 백승호(버밍엄 시티),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섰다. 백3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기혁(강원 FC), 이한범(미트윌란)이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FC 도쿄)가 꼈다.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대한민국과 멕시코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이강인은 경합 과정에서 경고를 받아 불안감을 남겼다.

양 팀의 힘겨루기는 전반 내내 계속됐다. 이렇다 할 세트피스 찬스조차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후반 초반, 균열이 일어났다. 한국의 박스 내에서 경합 상황 중 공이 튀어 올랐다. 김승규가 공을 잡으려는 순간 수비수 이기혁과 충돌하면서 공을 놓쳤다. 뒤이어 공이 멕시코 미드필더 루이스 로모(과달라하라)에게 흘렀다. 로모가 곧장 시도한 슈팅은 결국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또 다시 추격이 필요한 상황,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지난 체코전과 같았다.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참인 손흥민과 이재성을 빼고 오현규(베식타스)와 황희찬(울버햄튼)을 투입했다. 홍 감독은 앞서 공개된 대표팀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팀 내 베테랑들의 체력 문제와 관련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어 이번 경기에서 변화를 줬던 김문환과 설영우 대신 양현준(셀틱)과 엄지성(스완지 시티)이 교체 투입됐다. 양현준과 엄지성은 측면 공격수에 더해 윙백 포지션까지 겸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으로, 홍 감독의 공격 의지가 보이는 선택이었다.
마지막 교체 카드는 조규성(미트윌란)이었다. 미드필더 백승호를 빼고 최전방 자원을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교체 자원이 경기장을 차례로 밟던 후반 중반 이후 대표팀은 위기를 겪었다. 멕시코 간판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튼 원더러스), 오베드 바르가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위협적인 슈팅이 있었다. 골문을 지키는 김승규가 선방으로 막아내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홍 감독의 적극적인 교체 카드 투입은 경기 막판 효과를 봤다. 엄지성, 이강인 등의 크로스가 조규성의 머리로 배달됐다. 결정적인 슈팅까지 연결됐으나 상대 수비, 골키퍼의 방어에 막혀 기회가 무산됐다.
결국 경기는 멕시코의 0-1 승리로 끝났다. 대한민국으로선 3차전 부담이 커졌다. 남아공을 상대로 승점을 반드시 따내야 안정적으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 대해 강성주 해설위원은 "확실히 지금은 '분석의 시대'인 것이 느껴졌다. 양 팀 모두 너무 서로에 대한 분석이 잘 돼 있었던 경기였다. 그래서 서로 찬스도 많이 없었다"면서 "결국 부담이 큰 경기였는데, 타이트한 상황에서 실수 한 번으로 승패가 갈려 아쉽다. 우리에게 막판 찬스가 있었기에 더 그렇다. 실점 장면이 우리가 조직이 무너져서 골을 허용한 것은 아니지 않나"고 설명했다.
강 해설위원은 "수비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본다. 공격 장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멕시코가 수비에서 좀 헐거워지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공략하지 못했다. 확실히 체코전보다 공격적으로 아쉬움이 컸다"고 꼬집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