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팀이 묵었던 울산 현대호텔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워낙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이어서 놀러 온 줄 알았다”는 것.
실제 이들이 장외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다른 팀과 사뭇 달랐다고 한다. 다른 팀 선수들의 경우 휴식시간에는 헬스장을 찾아 체력단련을 하거나 조용히 컴퓨터에 매달리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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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좋은 브라질의 ‘3R 편대’ 호나우딩요 히바우 두 호나우두(왼쪽부터). 특별취재단 | ||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호텔 내에 설치된 ‘비디오케’(노래방). 경기중 득점 기회는 다른 선수에게 양보할 정도로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던 브라질 선수들도 이때만큼은 서로 노래를 부르려고 애교 넘치는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체로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호텔 직원들이 꼽는 ‘베스트 엔터테이너’는 카를로스와 호나우딩요. 특히 호나우딩요는 비디오케뿐만 아니라 연회장에 마련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멋들어진 노래를 선보이는 등 빼어난 음악성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브라질대표팀은 각자가 초특급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지만 씀씀이는 ‘알뜰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애초 호텔에서는 브라질 선수들이 훈련장소로 떠날 때 간식으로 먹을 만한 에스프레소 커피와 핫초코, 과일을 패키지로 묶은 ‘경기식’을 준비했다.
이 경기식의 원래 가격은 50만원. 호텔측이 브라질팀에게만큼은 ‘특별히’ 할인된 가격인 30만원을 제시했지만, 선수단에서는 이마저도 비싸다며 자신들이 직접 시내로 나가 과일을 사왔다는 것. 이들의 알뜰함에 감탄한 호텔측에서는 결국 에스프레소 커피와 핫초코를 무료로 제공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알뜰함이 지나쳐 호텔측이 ‘섭섭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노래와 게임에도 특별한 재능을 과시했던 호나우딩요.
호텔에서는 선수들의 여가를 위해 연회장에 소니사에서 나온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3대를 설치했다. 어느날 이 가운데 하나가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게임광 호나우딩요가 자신의 방에 가져다 놓은 것.
이를 발견한 호텔에서는 다시 연회장으로 원상복구 시켜놓았다. 하지만 호나우딩요가 유독 애착을 보이던 이 게임기는 브라질팀이 이 호텔을 떠나면서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게임 소프트웨어 8개도 모두 함께.
말도 없이 35만원 상당의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가져간 호나우딩요의 행동이 못내 섭섭한 호텔리어들이었지만, 이를 ‘손실’로 처리하면서도 그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울산 현대호텔 서성윤 마케팅팀장은 브라질 팀에 대해 “과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분위기에서 성장한 탓인지 돈을 쓰는 것이 인색하리만큼 꼼꼼했던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팬들과 호텔측이 꼽는 가장 매너좋은 선수는 과연 누굴까. 정답은 의외로 히바우두다. 터키전에서 무릎에 공을 맞고서도 얼굴을 감싸쥐고 쓰러지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벌금을 물었지만, 팬들에게만큼은 사인은 물론 사진촬영에도 흔쾌히 응하는 등 최고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호텔에서도 히바우두의 사인을 받지 못한 직원이 없을 정도라고.
상대적으로 득점왕에 빛나는 호나우두는 이보다는 까다로웠던 편. 이들이 머무는 동안 호텔측은 브라질대표팀에 방문기념으로 히바우두와 호나우두의 ‘족상’(발도장)을 뜨고 싶다고 부탁했다. 호텔측의 이러한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글까지 써주겠다고 나선 히바우두와 달리 호나우두는 몇 차례 거절 끝에 못이기는 듯 발을 내밀었다고.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런 호나우두도 호텔 사우나에서 구두를 닦는 김은렬씨에게만은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는 것. 특히 그는 “나도 어렵게 성장해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사인과 함께 자신이 애용하던 슬리퍼를 선물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