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인천 홈경기(21일)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조범현 감독과 20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시리즈서 SK가 보이고 있는 저력의 배경이 무엇인가.
▲감독을 맡기 전 밖에서 본 SK의 문제점을 지난해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 시작 전 총정리하는 기간에 틈틈이 고쳐나가려고 노력했다. 가장 큰 문제가 선수들 간의 팀워크였다. 선수들이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고 패배주의가 의외로 강하고 질겼다. 사실 전력만 따지고 볼 때 삼성과 현대가 우리 팀보다 한수 위라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팀을 사랑하는 마음, 팀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마음을 갖자고 정말로 ‘목놓아’ 부르짖었다. 아무리 전력이 화려한 팀이라고 해도 팀워크가 단단한 팀에는 당할 수가 없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야구전문가들조차 SK의 상승세를 ‘의외의 일’로 평가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선 한국시리즈 시작 전 어느 정도의 결과를 예상했었나.
▲SK의 객관적인 전력은 다른 8개팀 중 5위 정도에 해당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같이 단기간에 치러지는 게임은 전력보다 의외성이라는 변수가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집중력과 단결력을 강조했고, 또 잘 따라와 줬다. 아직도 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주지 않을 자신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대보다 이기려는 의지가 조금은 더 앞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와의 1차전에서 2-3으로 진 다음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하는 불안감은 없었나.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강했다.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현대 선수들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첫날 경기도 이길 수 있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많이 긴장한 탓에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경기에선 졌지만 현대에 대한 떨림이나 부담은 전혀 없었다.
―이호준 선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처음엔 조범현 감독이 누군지조차 몰랐다’고 말할 만큼 선수시절의 조 감독은 ‘무명’이었다. 그런 과거로 인해 애로사항이나 불편했던 부분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내가 비록 스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 열정 덕분에 선수들과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었던 것 같다. 선수들 입장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라 처음에 만만하게(?) 보고 다가왔다가 친해졌을 수도 있다.
―내일(21일) 4차전이 열리는데 앞으로의 성적을 예상해 본다면.
▲3연승하고도 4연패할 수 있는 게 야구다. 더 이상 물어보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재미없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