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23일 두 번째 불펜 피칭에서도 전날의 52개에서 30개 이상 늘어난 82개의 공을 뿌려대며 알찬 투구 내용을 보여주자 그 배경을 두고 ‘명투수 조련사로 소문난 김 전 감독의 조언과 뒷받침 덕이 아니냐’며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그동안 박찬호한테 ‘비밀 과외 수업’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 자체를 꺼려했던 김성근 전 감독은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아무리 좋은 지적을 한들 선수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변화된 투구폼을 직접 보질 않아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투구폼이 안정됐다면 지난해와는 달리 중심이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은 박찬호가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겁을 먹는 바람에 투구시 중심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몸 자체가 너무 가라앉았고, 그런 까닭에 공을 뿌릴 때 100%의 힘을 쏟아내지 못했다는 것. 그러다보니 위에서 밑으로 뿌려져야 하는 공이 마치 밑에서 위로 향하는 것처럼 불안정한 제구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지난 겨울 찬호를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예전의 부귀영화를 모두 잊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즌을 준비하라고 충고했다. 나한테까지 찾아왔을 때는 절박한 뭔가가 있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김 전 감독은 서너차례 비디오 분석을 해줬는데 이에 따른 사례비는 일절 없었으며, 또 받을 생각도 없다고 한다. 김 전 감독은 박찬호가 원한다면 직접 미국으로 들어가 생생한 조언을 해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