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푸 시술 시연 장면. 사진 출처=Haifu Medical 페이스북.
하이푸는 지난 2004년께 국내에 도입됐다. 하이푸의 장점은 출혈이나 흉터 없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말기암 환자도 수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말기암 환자들은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아 수술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췌장암이나 간암의 말기암 경우 환자 중 10~20%만이 절제술이 가능하다. 국소진행성이나 전이를 동반한 40%의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전이의 위험성 등으로 절제를 할 수 없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약 6개월이다. 그러나 하이푸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암 치료뿐만 아니라 자궁근종 치료에서도 하이푸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실정이다. 자궁근종은 자궁 곳곳에 근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종양이다. 하이푸 치료시 정상세포와 비정상세포를 식별해 정상세포는 그대로 남겨둔 채 비정상세포만을 선택한 뒤 집중적으로 조사, 근종을 제거하게 된다.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는 하이푸가 자궁을 적출하는 치료법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하이푸를 홍보하고 있었다. 여성 환자들 입장에선 절제 없는 시술은 이들에게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수 여성들이 산부인과에서 인터넷에 하이푸의 안전성을 선전하는 홍보글을 보고 하이푸를 선택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간암과 자궁근종의 경우 하이푸 시술이 가능하다고 고시했다. 다만 ‘유방암, 췌장암, 신장암 등에 하이푸가 적용되었으나 치료목적에 따른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를 전혀 제시할 수 없었다’고 명시했다. 간암과 자궁근종을 제외한 질병 시술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한 단계라는 것이었다.
2012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는 <High Intencisty Focused Ultrasound를 이용하여 췌장을 치료했을 때 발생가능한 합병증과 제한점에 관한 동물 실험>이라는 논문을 냈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사람 췌장의 크기가 비슷한 미니피그를 대상으로 하이푸 실험을 했고 그 결과, 피하지방이 두꺼운 경우나 갈비뼈 아래와 담낭 뒷부분과 같이 표적장기 주변 조직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에너지가 분산돼 치료효과가 떨어지며, 위장 가스로 초음파가 반사돼 표적이 아닌 주위조직에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논문에는 ‘하이푸 치료시 제한점과 발생가능한 합병증을 미리 숙지하고 실험 또는 치료 계획 수리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복지부는 또 지난 2013년 자궁근종, 자궁선근증을 치료하는 하이푸(초음파 유도하 고강도초음파집속술)에 한해 신의료기술로 지정했고 “병변부위의 감소 및 임상증상개선의 효과를 보여준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신의료기술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하이푸 부작용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 아무개 씨는 자궁선근증을 진단받고 병원의 권유대로 하이푸 시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신경손상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임신을 포기했다. 이 씨는 “통증을 치료하는 주사를 맞으며 하루하루 견디고 있는데 병원에서 최후의 방법으로 신경차단수술을 하자고 했다. 수술로 기존 증상이 호전되지도 않았다”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었고 병원에서는 안전하다며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HIFU센터에서는 “인터넷을 보면 하이푸 치료 후 여러 부작용, 합병증에 관한 글들이 있는 것 같아 정확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알린다. MRI하이푸의 경우 피부화상, 피하지방 열손상, 하지신경 손상, 비뇨기계합병증, 소장이나 대장 손상 등이 시술 후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적절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너무 저항이 강한 경우 합병증 예방을 위해 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합병증을 열거하였지만 그 빈도가 자궁근종의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웹페이지에 명시했다.
일부 대형병원 의사들은 하이푸가 아직 부작용이 많고 안전하지 않은 수술이라서 권유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지금 시술을 하고 있는 병원들은 대형병원보다는 소형병원이 많다. 논문상으로는 하이푸 시술 이후 자궁절제술을 진행한 경우가 없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호전이 되지 않아 하이푸를 받고서도 자궁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하이푸가 도입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임상근거가 마련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적응증과 주의사항을 지키고 숙련된 전문가가 시술하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푸를 이용한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종 시술은 2013년 7월부터 포괄수가제로 편입됐다가 2015년 9월부터 비급여로 전환됐다. 비급여 항목으로 결정되면서 병원에서 치료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생길 수도 있게 됐다. 이런 까닭에 병원이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공격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하이푸 피해자들은 도입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비급여로 변경된 것이 성급했던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하이푸 시술에 대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진료 지침’을 발표했다. 하이푸 시술 대상을 ‘18세 이상의 환자 가운데 출혈, 빈혈, 통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자궁근종 혹은 자궁선근증을 가진 폐경 전 환자’로 명시했다. 또 최대 자궁근종의 크기가 12cm를 초과하는 경우, 장시간의 수술이 예상되는 경우, 이전 수술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등에 특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에게 시술 이후 안정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충분한 임상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권고를 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한계가 있다.
대한하이푸연구회는 하이푸 치료의 임상근거·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11월 12일 제1회 대한하이푸연구회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초청된 브라이언 랑 교수는 “하이푸 치료의 강점으로는 비침습적이라는 것과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것, 높은 시장성, 마취를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있다“며 ”반면 단점으로는 초기비용이 높다는 것과 비교적 긴 치료기간, 해당기술이 상대적으로 임상근거가 덜 확립된 기술이라는 점 등이 있다”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