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라의 과거 발언(왼쪽)과 남자친구 신 씨와의 비밀 결혼(오른쪽)이 SNS를 통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난 10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2014년 12월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에서 정 씨는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이화여대와 승마협회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던 상황이어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정 씨가 지난해 독일 현지에서 고등학생 시절 승마를 함께한 것으로 드러난 신 아무개 씨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정황도 SNS를 통해 포착됐다. 신 씨의 SNS에는 ‘2015년 12월 12일 결혼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었다. 또 신 씨가 그의 프로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오버우어젤에 거주한다고 표시해 둘의 결혼설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정 씨는 독일에서 머물고 있었다.
최 씨의 조카이자 스포츠계 인맥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로 구속수감 된 장시호 씨도 과거 SNS에 올린 사진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주로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어 장 씨의 화려한 인맥이 화제가 됐다. 특히 장 씨가 개입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와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이규혁 스포츠토토빙상단 감독도 장 씨와 다정하게 찍은 SNS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이 감독은 관련 의혹이 불거질 당시 “장 씨를 전혀 모른다”며 관계를 극구 부인하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인물들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공개돼 논란이 일면서 디지털장의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장의사 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상담문의 건수가 10월에는 300여 건에 불과했는데 11월에는 500여 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도 “보통 이 시기에는 몇 건 안됐는데 전년도에 비해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장의사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동영상이나 사진이 유포된 피해자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리벤지 포르노, 몰래카메라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찾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논란이 될 만한 자신의 과거 흔적들을 미리 지워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학생 김 아무개 씨(27)는 얼마 전 대기업 공채 면접을 앞두고 디지털 장의사를 찾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보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 씨는 SNS상에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평소 들어가고 싶었던 기업의 임원면접을 앞두고 행여나 기업 인사팀에서 자신의 행적을 들춰볼까 불안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찾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온라인커뮤니티나 SNS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댓글을 여러 차례 남겼는데 언제 어디에 남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했다”며 “혹시나 기업 인사팀에서 이를 알게 되면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디지털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 아무개 씨(31)는 장시호 씨의 성형 전 사진이 온라인상에 떠도는 것을 보고 자신의 SNS, 블로그 등에 남아 있는 자신의 사진을 모두 지웠다. 최 씨는 “성형하기 전 자신의 과거 사진이 행여나 떠돌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내 자신이 불행했다고 여긴 과거 모습을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소름이 끼칠 것 같다. 그래서 지인들에게도 일일이 SNS에 남아 있는 내 모습을 모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기업들의 의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취업과 결혼을 앞둔 성인, 10대 청소년 등 무심코 남겼던 과거 글이나 댓글, 사진·동영상 등을 삭제하려는 고객들 상담과 의뢰가 많다”며 “비방이나 허위 사실을 삭제, 관리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 업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현재 국내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나 될까. 가격대는 업체마다 데이터양에 따라 유동적인데 게시물 한 건당 최소 20만~3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방대한 양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는 기간이 오래 걸려 월 단위로 가격을 설정해 작업을 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부담되는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의 경우 개인정보를 찾고 지우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