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그 전에도 박 대표를 두고 ‘독재자의 딸’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박 대표가 자신을 문화예술대책위원장에 임명한 것과 관련해 “그런 당직을 맡는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직을 맡는다면 그게 비주류냐”라고 말하며 앞으로 박 대표 체제 하에선 어떤 당직도 맡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그가 왜 연일 박 대표를 공격하는가에 있다.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사무총장 등을 지낸 바 있는 그가 누구보다 당내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제 갓 출범한 박 대표 체제를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간접 지원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장 후보로 나설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번에 그가 박 대표에게 맹공을 퍼붓는 까닭도 대권주자로서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이 시장을 띄워야 하는 나름대로의 역할 인식을 하고 박 대표를 공격하는 것 같다. 이 의원은 오는 8월5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치하에서 몇 차례 투옥당했던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이 본능적으로 박근혜 대표를 멀리한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비록 박 대표가 그의 투옥과는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을 감옥에 보낸 대통령의 딸을 좋아할 리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월25일 ‘이재오 일기’라는 코너에서 “나는 나의 생명과 내 가족의 행복을 바쳐서 유신시대와 싸워왔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양심인들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박근혜 대표는) 유신독재자의 딸로서가 아니라, 유신독재의 한가운데 있었던 권력의 실체로서 유신시대의 암흑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갔던 인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한나라당의 일각에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전 총재와 함께 일할 때 ‘저 사람이 언제 민주투사였던가’ 할 정도로 보수 행보를 하더니 이제 와서 운동권인 양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소속돼 있는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모임의 한 의원도 “발전연에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현재 박 대표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공격은 대안 없는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한 의원은 “이 의원이 잘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정치적 야망보다는 유신에 대한 뼈저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이 언제까지 박 대표 체제를 공격하며 비주류로 남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