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의 화해 혹은 복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장관의 구치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 장관은 2003년 말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직후 원내대표를 맡던 당시부터 수차례 구치소를 드나들며 수감중인 정치인들을 위로해 왔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인사들 중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정대철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 전직 의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전 경감이 10년간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1999년 자수한 뒤부터 김 장관은 이 전 경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해 왔다. 김 장관은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할 정도로 20년 전의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김 장관의 이 전 경감 면회는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애초 목적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감중인 열린우리당 이상락 전 의원을 면회하는 것이었다. 그랬다가 마침 이 전 경감이 여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실을 알고 겸사겸사 면회를 추진했던 것이다. 김 장관의 한 측근 인사는 “이 전 경감이 일전에 참회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며 “오랫동안 고민을 했던 문제이긴 하지만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30여분간의 만남에서 이 전 경감은 “죽는 날까지 가져갈 일”이라고 고문에 대한 용서를 구했고, 김 장관은 “이미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김 장관은 “잊을 수는 없지만 사죄하고 용서하며 손을 잡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이 이 전 경감을 만난 사실은 지난 10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마를 선언한 장영달 의원을 통해 알려졌다.
김 장관측은 “면회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서 스스로 새해 화두로 내세운 ‘국민통합’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김 장관의 ‘구치소 정치’는 2003년 말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당시부터 계속되어 왔다. 측근 관계자에 따르면 김 장관은 원내대표 시절과 장관이 된 후 이미 4~5차례 서울구치소 등을 방문하여 수감중인 여야 정치인들을 면회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에만 서울구치소에 3차례 방문하여 4~5명의 여야 정치인을 면회했다. 이 관계자는 “구치소에 한 번 방문할 때마다 3~4명의 정치인들을 면담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김 장관이 자주 찾고, 또 찾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면회 신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김 장관이 면회한 정치인들 중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1등 공신이었던 정대철 전 의원과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 정치인이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수감되어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도 김 장관의 면회를 한 차례 이상 받았다고 한다. 특히 권 전 고문을 면회했을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측근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인 2003년 말 당시 열린우리당 초대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김 장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권 전 고문을 만났다. 당시 권 전 고문은 “김 대표에게는 미안한 것이 많다”며 눈물을 보이며 회한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김 장관의 측근 관계자는 “김 장관 본인이 수감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그 고통을 알고 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심으로 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