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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지역을 방문해 봉사한 노무현 후보. | ||
그러나 지난 6월 개최된 한일월드컵의 성공으로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기대치가 한창 높은 터라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은 어느 때보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아시안게임을 단순한 스포츠 행사 의미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안게임 폐막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대선이 치러지는 탓이다.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장소가 부산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DJ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나 노무현 후보가 바람을 일으켰던 것, 이회창 후보가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해온 점이나 정몽준 의원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 역시 부산 경남(PK) 지역 민심과 무관하지 않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스포츠이벤트에 대해 정치권은 나름대로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일단 여권에선 이번 아시안게임을 노풍 재점화의 기폭제로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선출된 뒤 여권은 PK 민심을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노무현 후보는 6•13지방선거에서 부산 지역 단체장을 내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악수까지 두었지만 결과는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민주당 내 노무현 회의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한화갑 대표의 ‘백지신당론’까지 나오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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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지역을 방문해 봉사한 이회창 후보. | ||
최근 당 내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노무현 후보의 입지가 다시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발맞춰 친노파에선 이번 아시안게임을 PK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보수성향과 극우적 색채가 강한 PK지역의 중심지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산방문설이 설득력을 얻는 것 역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 장밋빛 기대감을 던져 주고 있다. 정몽준 예비후보쪽도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
북한측은 아시안게임 참가를 통해 남북화해무드를 조성할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현재 아시안게임 입장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함께 입장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이와 함께 일부 진보세력이 부산에서 통일지향적 행사를 갖는다면 이는 곧 보수와 극우적 색채가 강한 PK 민심에 어느 정도 호소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다.
만약 북한의 우호적 제스처에 발맞춰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PK 지역의 민심을 아우를 수 있다면 향후 대선정국에서 노무현 후보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그러나 반론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의 한 5선 의원은 “연말 대선 구도에서 양축은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일부 진보세력이 노 후보를 위해 뛰고 있지만 그들이 손을 내미는 계층이 대선에서 발휘할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지지층을 갈라먹는 셈이 될 것”이라 지적한다. 지난 대선 당시 서민층을 안고 가되 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층을 포용했던 DJ의 전략에 너무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러 보수우익단체에서 정부측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에 대해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비난도 나올 정도다. 일부 보수우익단체들은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태극기를 들고 집결해 현 정권을 국가정체성을 잃은 좌파적 정권으로 규탄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그동안 메이저 언론사들에 의해 좌파적 성향으로 분류돼 온 노 후보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아시안게임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대책은 다소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부산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일부 비인기 종목 관람과 북한 참여 경기에서 당원들이 응원에 참여한다는 등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여권이 아시안게임에 대해 활발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다소 소극적으로 보인다. 이는 한나라당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해 적극적이기 힘든 딜레마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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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유소년 축구지침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 사진공동취재단•임준선 기자 | ||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회창 후보로서는 아시안게임과 관련해서 어색하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다. 보수성향의 PK 민심과 북한과의 평화무드 사이에서의 처신이 애매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일을 벌여서 달고 쓴 소리를 듣기보다 정중동의 자세를 취해서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당이나 이 후보에게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아시안게임을 적극 홍보해서 여권의 이미지전략에 도움을 주거나 아시안게임과 북한 대표단에 찡그린 시선을 보냈다가 역공을 당하는 것을 피하고 적당한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여권과 맞불을 놓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시켜 지금껏 우위를 연말 대선까지 이어가는 데 무리가 없게끔 한다는 것. 한편 연말 대선이 3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타진되면서 정몽준 의원의 아시안게임 기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히딩크 감독과의 기술고문직 계약과 남북통일축구 참관 유치 등을 두고 정가에선 “정몽준 의원이 아시안게임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 지적한다.
월드컵 성공의 후광을 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간다는 것이다. 정치적 외연 확대보다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입지를 높여온 한계가 정 의원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설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이번 아시안게임은 오히려 지난 한일월드컵보다 정 의원 이미지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정가에선 보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 의원은 부산에 대해 정성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정 의원은 부산과 울산 등을 방문하며 PK 지역 민심을 점검했다. 부산 고신대에서 명예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교류도 가졌다.
일각에선 “노무현 후보가 PK 지역 출신이긴 하지만 사상적 편향성을 PK 유권자들이 우려하기 때문에 정몽준 의원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부산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스포츠이벤트 이후 정치력 검증에 들어가면 정 의원 거품은 순식간에 걷힐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