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7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도하부대 이전 부지 18만 1665㎡(독산동 441-6 외 18필지, 약 5만 4954평)가 국방부에서 삼양사, 그리고 삼양사에서 제이피홀딩스PFV로 매각됐다. 국방부와 삼양사, 그리고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PFV 간의 부동산 매매가는 3585억 4432만 2500원으로 동일하다. 즉 삼양사가 국방부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자마자 아무런 시세차익도 취하지 않고 제이피홀딩스PFV에 그대로 매각한 것이다.
해운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그의 아들 창환 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제이피홀딩스PFV는 국방부에서 삼양사를 거쳐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부지 18만 1665㎡(5만 4954평)를 매입했다. ‘비즈한국’은 이 회장의 부지 매입 관련, 국방부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진=비즈한국DB
국방부와 삼양사에 따르면 국방부가 삼양사를 거쳐 제이피홀딩스PFV에 도하부대 이전 부지를 매각한 건 우선매수권을 삼양사가, 시가매수권을 제이피홀딩스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거해 도하부대 이전 부지의 원소유자인 삼양사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했고, 삼양사의 매수 요청에 따라 해당 부지를 삼양사에 매각했다고 한다.
또 삼양사는 소유 부지를 국방부에 징발당하고 나서 부대 이전 시점을 기약할 수 없어 제3자에게 시가매수권을 팔았고, 국방부와 거래할 당시 시가매수권의 소유자가 제이피홀딩스였기 때문에, 제이피홀딩스의 요청에 따라 제이피홀딩스PFV에 부지를 넘겼다고 한다(‘비즈한국’ 12월 8일 보도 ‘[단독] 이영복 도하부대 부지 매입 삼양사 연루 의혹’ 참고).
하지만 ‘비즈한국’이 국방부와 삼양사, 그리고 제이피홀딩스PFV 간 거래된 도하부대 이전 부지의 과거 자료를 조사해본 결과, 삼양사가 기존에 소유했던 부지는 거래 면적의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제이피홀딩스PFV, 즉 이영복 회장 부자에게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삼양사 소유 부지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비즈한국’은 국방부에서 삼양사를 거쳐 제이피홀딩스PFV가 매입한 도하부대 이전 부지 19필지에 대한 등기사항전부명령서와 폐쇄등기부증명서, 그리고 토지대장을 모두 발급받아 확인했다. 그 결과 국방부가 도하부대 이전 부지를 소유하기에 앞서 삼양사가 소유했던 부지는 3만 602㎡(독산동 472-1 외 7필지, 약 9257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독산동 448-1의 토지대장에는 기존 소유자가 ‘국(국방부) 외 1인’으로 표기돼 있었고, 이 ‘1인’이 삼양사였을 가능성을 감안해 계산해 봐도 삼양사의 소유는 7만 4306㎡(약 2만 2478평)에 불과했다.
이 9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10필지의 폐쇄등기부증명서에는 1973년부터 1977년까지 소유권이 국방부로 이전됐음이 기재돼 있기는 하나, 기존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등기사항전부명령서와 토지대장에는 국방부가 소유했던 시점 이후의 내용만 언급돼 있었다.
제이피홀딩스PFV가 삼양사로부터 매입한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부지에는 롯데캐슬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13일 이 건으로 처음 접촉했을 때 국방부 관계자는 “토지대장이나 등기사항전부명령서 확인도 없이 국방부가 땅을 삼양사에 매각했을 리 없다”면서 “이 내용을 보도하면 실수하는 거”라고 협박조로 말했다가, 몇 시간 후 “폐쇄등기부증명서와 토지대장을 모두 떼어본 거냐 정말 삼양사 소유 부지가 그렇게 적었느냐”며 ‘비즈한국’에 되레 확인을 요청해 왔다.
이튿날 국방부 관계자는 “삼양사가 기존에 소유했던 19필지의 지번이 적힌 토지소유권이전등기촉탁서가 보관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필지별 면적이 기재돼 있지는 않으나 서울민사지방법원과 당시 국방부장관의 도장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가 앞에서 “토지대장이나 등기사항전부명령서 확인도 없이 국방부가 땅을 삼양사에 매각했을 리 없다”고 말해 문제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07년 12월 국방부가 삼양사에 도하부대 이전 부지를 매각하면서 토지소유권이전등기촉탁서만 확인하고, 토지대장이나 등기사항전부명령서는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토지소유권이전등기촉탁서의 공개 요청에 대해 내부 자료라서 외부 유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지대장과 등기사항전부명령서를 통해 확인된 삼양사 소유 부지가 확실하다면, 국방부는 해당 부지를 삼양사에 우선매각하고, 나머지 부지를 공개 매각했어야 한다. 또 국방부가 삼양사에 부지를 매각하면서 확인한 토지소유권이전등기촉탁서는 민사법원으로부터 효력을 인정받은 계약서에 불과하다. 국방부가 삼양사와 부동산 거래를 하기에 앞서 정확한 삼양사 소유 면적을 재확인하기 위해 토지대장과 등기사항전부명령서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양사 이외에 해당 부지의 원소유자는 모두 다섯 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매수 의사를 국방부에 전하지 않았고, 공익사업법에 따라 공익사업시행자인 제이피홀딩스PFV에 부지가 넘어가고 말았다. 국방부가 삼양사 이외의 원소유자에게 매수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도하부대 이전 부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무리 자투리땅을 소유했더라도 서울의 금싸라기 땅을 포기했을 리 없다”면서 “40년여 전의 일이다보니 원소유자가 사망해 상속자를 찾는 과정에서 매수의사 결정 기간을 놓쳤을 수도 있고, 아예 원소유자나 유족들이 이 내용조차 몰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들이 왜 매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들이 소유했던 부지는 매우 적은 양”이었다며 “삼양사에 매각한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