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만 연결되면 문제가 없으나 경제의 논리가 끼어들다 보니 새로운 문제가 파생되기 시작했다. 아예 거주 공간 여러 곳을 임차해 에어비앤비로 임대 수입을 올리는 사업자가 나타나면서부터다. 법이 정한 공간과 시설을 구비하고 숙박업 혹은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한 사람에게는 세금과 규제에서 자유로운 에어비앤비 사업자가 좋게 보일 리 없다. 이들의 민원과 신고가 몰리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는 에어비앤비 사업자가 생겨났다. 약식명령에 반한 정식재판청구가 대법원까지 가는 사례도 나왔는데 그 사이 경찰의 과도한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오피스텔에서 단순히 숙박만 제공해도 ‘숙박업’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은 지난달 10일에 나왔다. 지난해 11월 12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벌금형 100만 원을 약식명령 받은 에어비앤비 사업자 김 아무개 씨(28)가 낸 상고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김 씨는 오피스텔 객실 7곳을 임차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불특정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에게 하루 70달러씩 요금을 받았다. 이는 ‘무신고 숙박업’이다. 숙박업 등 공중위생영업을 하려는 자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에서 터져 나왔다. 관광경찰이 지난해 김 씨의 숙박업 영업 증거를 잡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수사 방식을 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씨는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방문객까지 밤새 잡아 두고 동료를 수갑 채워 데려가는 등 이상하리만큼 심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힘을 써서 외국인 투숙객의 방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압수한 증거품을 ‘제출했다고 말하면 돌려준다’고 흥정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오피스텔 객실 7채를 임차해 에어비앤비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3개월 지난 10월 17일 오후 11시 40분쯤 20대 대만인 투숙객 4명에게 전화를 받았다. 투숙객 A 씨(28)는 ”경찰이 오피스텔 1층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와 방 앞에서 네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말하기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보내주지 않는다. 너와 함께 일하는 B 씨(27)를 불렀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어서 와서 좀 도와 달라“고 말했다.
30분쯤 흐른 18일 00시 15분쯤 오피스텔에 도착한 김 씨는 동료 B 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경찰은 “진술을 거부한다”고 반응한 B 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연행한 상태였다. 경찰은 투숙객 A 씨가 아무 곳도 가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는 찰나였다.
김 씨가 나서서 경찰을 제지하자 경찰은 김 씨에게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조사할 게 있으니 동행해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의 요구에 불응했다. 자신이 거주지도 확실하고 휴대전화도 소지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형사 범죄도 아니고 이 정도면 불구속으로 수사해도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지금 너무 늦었다. 왜 내가 임의 동행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반복해서 말했지만 경찰은 계속 오피스텔을 떠나지 않았다. 오전 2시 30분쯤엔 통역관이 합류해 투숙객의 진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 씨는 이런 경찰을 저지하며 ”왜 투숙객에게 계속 진술을 강요하나. 해당 법과 투숙객은 전혀 상관도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경찰은 ”일단 여자 4명과 남자 1명이 있는 상황 자체가 의심스럽다.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이 여자 4명이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되기 때문에 강제 수사를 집행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실랑이는 오전 4시 55분까지 계속됐다.
이윽고 경찰은 대만인 투숙객 4명에게 ”여권을 보여주면 확인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권을 꺼내려 방으로 향하는 투숙객 틈을 비집고 투숙객의 방 안까지 들어섰다. 경찰은 ”새로운 증거가 포착됐다“며 방 안을 사진 촬영했다. 게다가 방안에 있던 가이드 북까지 압수해갔다. 경찰의 이런 행태에 더 이상 투숙객을 고생시킬 수 없었던 김 씨는 결국 오전 6시쯤 경찰서로 따라가 경찰 조사에 응했다. 진술을 마치고 집으로 온 김 씨는 경찰에게 어이 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경찰은 ”혹시 가이드 북을 자발적으로 제출한 거라고 말하면 돌려주겠다“고 김 씨에게 말했다. 김 씨는 이를 거부했고 현재 가이드 북은 관광경찰대에 보관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에어비앤비 사업자를 조사하는 관광경찰. 제보자 제공 사진.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관련 법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나 한옥체험업으로 세분화되긴 했지만 지방 거주자가 이용할 수 없는 등 비현실적인 기준과 괴리가 큰 탓에 떔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핵심을 담은 공유민박업 법안은 계류 중에 있다. 그 사이 경찰의 과도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C 씨는 “외국인 방문객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게 문제다. 홍대 인근에서 관광객처럼 큰 가방을 들고 있으면 경찰이 일단 길을 막거나 계속 쪼아댄다. 관광경찰 탓에 혐오스러울 정도로 한국을 바라보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라며 “시장이 먼저 생겼으면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정리할 일이지 기존의 맞지 않는 법안을 틀에 맞춰 강제적으로 수사를 집행하는 건 침대 기준으로 다리 자르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수사팀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과 조사관이 따로 있다. 현장에서 현장 경찰관이 에어비앤비 사업자를 경찰서로 보내면 그때부터 내부 조사관이 진술을 확보한다. 당시 현장 기록에 따르면 동의를 구하지 않고 수사했다는 기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진술을 거부했다는 대목은 없다. 동의가 없으면 진술을 요청할 수 없다”며 “공중위생관리법에 의거해서 수사에 들어갔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행을 실행 중인 사람을 체포할 수 있다. 당시 김 씨의 동료 B 씨가 관광객 4명의 도움 요청 전화를 받고 달려와서 개인 정보를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았다. 관계자가 아니라면 굳이 도와주려 올 리가 없다고 판단해 에어비앤비 사업자라 판단하고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이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체포할 때는 영장이 없어도 압수수색과 증거물 압수가 가능해 그 외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이 과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소리는 잘 알지 못한다. 내부 직원은 수사만 할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요신문>이 입수한 동영상 등에 따르면 현장 경찰관은 홍대입구역 입구를 막아 서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박 관련 정보를 묻거나 끈질기게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입구 영상 일부에서는 현장 관광 경찰관과 내부 조사관이 함께 수사에 나섰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