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영 경찰청장 | ||
허 청장을 한때 난감하게 했던 화근은 바로 경찰청 ‘보도자료’였다. 경찰청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준영 청장이)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오늘 5·18 국립묘지를 방문·참배하고 경비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에 상당수 언론도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 ‘허준영 청장, 경찰총수 처음 5·18묘지 참배’라는 제목 등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5·18묘지를 ‘처음’ 참배한 청장이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지난 2000년 5월21일, 당시 이무영 청장은 현직 청장으로선 ‘처음’ 5·18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부 출입기자들은 ‘오보’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데스크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
이에 일부 기자들이 공보관을 비롯해 공보과 직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경찰청 공보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이무영 청장이 참배한 적이 있는데 왜 허 청장이 처음이라고 보도자료를 작성했느냐’고 어필했다”면서 “허 청장은 ‘공식적인’ 참배를 목적으로 광주에 간 것이고, 이무영 전 청장은 5·18행사를 점검하러 갔다가 ‘비공식’으로 참배했던 것”이라는 애매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경찰청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보도자료 제목은 ‘허준영 경찰청장, 전남·북 경찰청 등 치안현장 방문’, 부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 대비 5·18 국립묘지 등 점검·참배’였다. 이는 지난 2000년 이무영 청장이 참배했을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일정이었다. 당시 이 청장도 허 청장과 마찬가지로 5·18행사를 점검했고, 그 역시 묘지를 찾아 참배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공보과에서 보도자료를 잘못 작성했으면 바로 잘못을 시인하면 될 텐데 ‘그때(2000년 참배)와 다르다’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소동은 허 청장에게도 보고됐고, 이에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