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지난 83년 미국의 한 대학 강의실. 당시 고 전 총리는 5공화국 때 농수산부 장관을 지낸 뒤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였고 박 의원도 유학생 신분으로 랭귀지 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박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고 전 총리의 소탈한 일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장관까지 지냈던 유명인사가 유럽 등지에서 온 아들뻘 되는 고등학생들 틈에 섞여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참 소탈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시 고건씨가 나중에 총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고 전 총리도 내가 국회의원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박 의원이 80년대 중반 옥스퍼드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이수하던 어느 날 캠퍼스에서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지나가던 한국학생 한 명을 보았다. 책 보따리를 메고 자전거 체인에 걸릴까봐 바지 단을 묶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는데 이 사람이 바로 손 지사였던 것. 그 뒤 두 사람은 허름한 펍(영국식 주점)에서 틈만 나면 맥주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쌓았다고.
이명박 서울시장과는 정치적 인연이 깊다. 종로 지역구의 선배로 남다른 유대감이 있기 때문. 박 의원은 “종로 지역구 현안을 한 뭉치 들고 가서 이 시장에게 민원을 요청하면 이 시장은 사업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하나씩 설명해가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지역구 선배라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지역구 선배인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구 선배로 깍듯이 모시기 위해 청와대에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구 선후배로서 맘 편하게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호출’이 없다”며 멋쩍게 웃어넘겼다.
차기 서울시장과 차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도 오르는 꿈을 꾸고 있는 박진 의원. 마당발 인맥이 그의 정치 가도에 어떤 도움을 줄지 궁금하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