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간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위법행위 입증이 어려워 피해 아동이 보상을 받거나 가해 아동을 처벌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동 간 성폭력 사건에서는 가해아동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5년 서울해바라기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아동의 나이가 어려 형사 고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은 전체의 14.6%(15건)에 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 연령은 만 7세 미만 아동이 13명으로 전체의 11.5%였다. 촉법소년 등 만 12세 아동까지 포함해도 전체의 18.6%에 달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피해아동 측은 성폭력 범죄 소송이 아니라 피해회복을 위한 손해배상청구, 이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아동과 피해아동을 떨어뜨리는 접근금지가처분 소송 등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가해아동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가해아동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서도 합당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아동 간 성폭력 사건에서는 가해아동의 행위를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아동 교육 전문가는 물론 수사기관도 이를 대부분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SBS 시사프로그램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유명한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5~6세 어린아이들의 경우 성인들이 생각하는 성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대방 여자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를 너무 성적인 문제로 부각시켜 가해아동을 성적 행위의 가해자로 몰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동의 성적인 행위에 고의성이 있는지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아동청소년성폭력 상담 기관 관계자는 “가해아동 측의 부모가 어린애들이 커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전혀 잘못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아이들 간 또래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보통 가해아동은 또래보다 덩치가 크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며 “(피해아동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성인들 사이에서의 성폭력과 메커니즘은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동 간 성폭력을 단순히 어린아이의 호기심이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하는 것은 피해아동에 대한 2차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아동 간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형사 소송이 아니더라도 피해아동은 이에 대한 합당한 배상이나 가해아동 측에 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질의한 결과 답은 ‘No’였다.
한 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가해아동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이런 사건의 신고가 들어오면 최대한 피해아동과 가해아동 측이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종용하는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합의를 하게 되면 가해아동의 혐의를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가해아동 측이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모들 간의 긴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아동의 부모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사건을 외부에 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해아동의 명백한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도리어 명예훼손이나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맞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이 점에 대해 정익군 법무법인 공평종합 대표변호사는 “아동의 법정대리인인 부모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실제 위법성 입증문제, 시일의 경과, 가해아동의 행위가 아닐 경우 등 다양한 가능성으로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아직까지도 아동 간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마땅한 법적 대응책이 전무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소송 진행에서는 가해아동이 자신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판단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해아동과 그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치료프로그램 도입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