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이에 대해 “1분가량의 동영상인데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휴대폰 등으로 즉흥적으로 찍은 것이라기보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찍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왜 이 동영상을 만들었을까.
‘몰카’ 촬영이 이뤄졌던 서울 청담동의 모 룸카페 여주인은 최근 한 단골손님에게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 룸카페 단골손님이 여주인으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라면서 “박계동 의원이 지난 3월 말 서울시장 영입과 관련해 세 차례 방문했을 때를 전후해 남자 3명이 박 의원 술자리 옆에서 맥주만 마시다가 조용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들은 박 의원이 올 때마다 공교롭게도 옆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산할 때는 통상 카드로 하는데 이들은 현금으로 술값을 지불한 뒤 나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정체불명의 남자 3명이 이번 ‘몰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박계동 의원도 ‘의문의 남자 3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주인 얘기로는 내가 술자리에 갔을 때를 전후해서 40대 초·중반의 남자 3명이 내 옆자리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들은 술도 많이 먹지 않았다고 한다. 수표나 카드도 쓰지 않고 현금으로만 계산했다고 한다. 그들은 내가 오기 전에도 한 번 술집에 와서 술을 마시고 갔다는 것이다. 모두 네 차례 다녀갔다고 한다. 특별히 마담이 서비스할 필요도 없이 자기들끼리 앉아 맥주만 마시고 있어서 뜨내기손님인 줄 알고 관심을 안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동영상 파문이 터지자 여주인이 그때 그 남자 손님 3명이 좀 이상했다고 느낀 모양이더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앞으로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 이것이 ‘인공산’인데 ‘자연산’인 것처럼 꾸미려는 것이다. 내가 옛날에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 보안사 사찰번호 5번이었다. 당시에도 이렇게까지 후안무치로 남의 사생활을 폭로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금도란 게 있는데 만든 사람과 유포한 사람이 반드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일단 지방선거 이후로 수사 의뢰를 연기한 상태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로 쉽게 밝혀질 수 있는데도 고발을 미루는 데 대해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박 의원이나 한나라당을 ‘죽이기’ 위한 공작 차원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정가에서는 박 의원의 비윤리적인 행위와는 별개로 이번 ‘몰카’ 사건의 작성자와 유포자를 명확하게 가려내 엄단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그날’ 박 의원 자리 옆에 있었던 남자 손님 3명은 이번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