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교통사고를 위장해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살해하고도 원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모씨(48)에 무기징역을 판결했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8월23일 새벽 3시 45분 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휴게소 인근에서 승합차량을 운행하던 중 비상주차대에 서있던 8톤 화물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이 씨의 차량은 조수석이 심하게 찌그러져 임신 7개월이던 캄보디아인 아내 A씨(당시 25세)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후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라고 진술했으며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A씨의 이름으로 당시 95억 원 상당의 보험 26개가 가입돼 있었으며 보험금 수혜자는 이 씨라는 사실이 발견됐다. 1달 보험료 만 400여만 원이었으며 사고 2달 전 A씨 명의의 보험이 새로 가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정밀조사에 들어갔으며 추돌 전 약 400m 앞에서 차량의 상향등이 켜졌다가 다시 작아진 점, 차량운행에 큰 변화없이 일정하게 직진한 점, 충돌시 차량의 앞바퀴도 11자로 바르게 멈춰있던 점, 사고잦은 커브구간에도 사고없이 정상 운행했다 점 등 단순한 졸음운전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발견됐다.
차량의 충돌범위도 조수석은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지만 운전석은 핸들이 조금 밀려들었을 뿐이었다.
사고 후의 이 씨의 행동들도 의심스러웠다.
사고당시 화물트럭 운전자는 이 씨에게 동승자가 있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이 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2번째 렉카차 기사가 도착해 A씨의 신체일부를 발견하자 그제야 이 씨는 아내가 타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아내 차에서 덮고있던 이불의 혈흔에서 수면 유도제에 사용되는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됐으며 이 씨와 A 씨의 동행도 예정에 없었다가 이 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씨는 사고 당일 병원에 입원해 있었음에도 A씨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해달라고 재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가족은 캄보디아에서 도착할때까지 화장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A씨는 이를 무시하고 사고 당일 오후 3시에 시신을 화장했다.
아울러 이 씨가 A씨의 낙태를 3차례나 종용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임신사실을 몰랐다”, “태아의 발육이 정상적이지 않다”, “요즘 몸이 아파 아이를 키울 수없다” 등의 이유를 들며 A씨의 4번 임신 중 2번 낙태를 시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간접사실로 미뤄볼 때 아내를 고의로 죽이고 교통사고로 이를 위장한 사실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고 속죄나 반성은 없었기 때문에 사회로 부터 무기한 격리가 맞다고 판단된다”며 판결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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