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측에선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쓰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을 사정당국에 투서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결과 사실로 입증됐다. 박용성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회삿돈 286억 원을 생활비나 개인 빚을 갚는 데 쓰는 등 횡령한 사실이 들통난 것. 게다가 이들은 두산 계열사가 2838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횡령과 분식회계는 재계에서 충격이었다. 평소 그는 입만 열면 정치권이나 노동계, 국민들을 향해 훈계성 발언을 늘어놓아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2년도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경영일선에 복귀해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으로 꼽히게 됐다. 2005년 6월 구속돼 1년 이상 실형을 살다가 박 전 회장과 함께 사면을 받은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혐의는 비자금 219억 6000만 원 조성이었다. 액수도 박 전 회장 일가가 횡령한 액수보다 적었지만 1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때문에 박용성 전 회장에게 ‘미스터 럭키’라는 새 별명이 따라 붙고 있다.
그의 이사 선임을 반대해 온 경제개혁연대가 주총장에 참석해 4시간여를 끌며 반대했지만 그의 ‘행운’을 막지 못했다.
두산그룹은 주력인 맥주사업이 부진하며 90년대 중반부터 세가 기울었지만 DJ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인수, 노무현 정부에서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을 통해 재도약에 나서는 등 행운의 10년을 보냈다. DJ 정부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진 최순영 회장은 신동아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최악의 샹황을 맞았고 노무현 정부에서 회삿돈 횡령이 밝혀진 임창욱 전 회장은 1년 넘게 옥살이를 했다. 이에 비하면 사건이 터진 지 1년 반만에 집안 내 라이벌인 박용오 전 회장 일가만 두산 경영에 배제된 채 1년 반 전으로 완벽하게 복귀한 박 전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가 아닌 ‘미스터 럭키’인 셈이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