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가 대선 패배 아픔을 딛고 4월 총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선에서 나타난 잠재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표는 11일 여의도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선에 임하는 전략과 각오에 대해 “전국 243개 지역구 전체에 출마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제1야당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문 대표의 이러한 포부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정점으로 한 범여권 제 세력들이 다시 전략적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대표로 추대된 손학규 신당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전 장관과 민주당 등이 문 대표와의 연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과 개혁성 등 문 대표의 상품성이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신당이 손 대표 체제 이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아군을 끌어안기 위한 각 계파들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신당의 손학규 대표 선출과 관련해 “마치 한나라당이 분화돼 세 개의 당이 된 것 같다”며 “한나라당 3중대라고 하지 않느냐. 신당의 정체성이 어설퍼질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외투와 모자, 화장만 바꾸는 식의 변화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 대표는 신자유주의자, 개발론자에 가까운 분으로 이명박 당선인과 거의 비슷하니까 한나라당에서 편히 지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범여권 통합 여부와 관련해서는 “신당은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만큼 함께 할 수 없고 민노당도 심판까지는 아니어도 국민이 걱정을 많이 한다는 게 드러난 만큼 힘들 것 같다. 기업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가 단일화에 합의했다면 범여권이 참패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1당 독주를 막는 게 개혁진영의 최대 과제인데 또다시 제 각각 출마하면 어떻게 되느냐”며 문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범여권 제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문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총선정국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