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등기이사로 복귀한 대림그룹 이준용 명예회장이 지난 11월 28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로써 지난 1999년 대림과 한화가 50 대 50으로 공동출자해 설립한 여천NCC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명예회장과 김 회장은 사돈이자 동업자면서 경기고 선후배이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러나 2001년 파업 해법 견해차 등 여천NCC 출범 이후 양측 사이에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대림 측 직원들이 한화 측인 이신효 공동대표 부사장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사장은 자신을 방문한 대림 직원들이 ‘난동을 부렸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7일엔 이 부사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림이 지분을 넘기면 한화가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림 측은 폭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명예회장이 지난 12일 여천NCC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직접 사태해결에 나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명예회장은 결국 김승연 회장 등 한화 측 경영진 세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발, ‘전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명예회장은 “김승연 회장이 이 부사장의 발언과 관련 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왜 애꿎은 김승연 회장을 걸고넘어지느냐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회장님께 보고도 못했다. 일본에서 요양 중인데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화는 일단 그룹 차원의 대응은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여천NCC에서 벌어진 일인데 괜히 나서서 대림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 “대림과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화 측은 밝혔다.
재계에서는 대림에서 이 명예회장이 나선 이상 한화에서도 그에 걸맞은 상대가 나서야 사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상대는 김 회장밖에 없다. 그러나 ‘보복폭행사건’의 후유증도 아직 가시지 않아 김 회장이 직접 나서기엔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한화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