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 성패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제는 두 아이의 된 이영애는 여전히 빼어난 외모를 뽐내며 브라운관을 장악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2회 연속 편성된 만큼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사건 전개를 기대했으나 아직 보여준 것은 많지 않다.
사진출처=SBS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홈페이지
# 담금질 마친 이영애
<사임당>의 제작발표회에 나선 이영애는 다부졌다. 1년여 전 드라마 제작을 알리며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는 또 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터라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치고 시청자들에게 공개만을 앞뒀기 때문에 작품 전반에 대한 내용을 꿰뚫고 차분히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사임당이 고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500년 전 사임당도 이런 모습을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5만 원권에 박제한 듯한 이미지가 아닌 ‘여자 사임당’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대장금>이 역사의 기록 한 줄을 바탕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었듯이 <사임당> 역시 새 생명력을 얻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영애는 지금의 자신과 사임당 역시 ‘워킹맘’이었다는 것에 착안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위인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사임당은 여류 예술가인 동시에 아들을 당대 최고의 위인으로 길러낸 어미이기도 하다.
그는 “사임당은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정말 현모양처이기만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죠. 강하고, 살림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아버지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어요. 그런 대범한 모습이 대장금과도 겹칠 수 있는데 보시는 분에 따라 사임당을 통해 대장금을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해요”라고 전했다.
이영애는 이어 “저도 지금은 일을 하는 엄마예요. 미혼일 때 연기한 대장금과 엄마이고 아내인 지금 연기하는 사임당은 다를 것 같아요. 폭이 더 넓어지고 색깔도 더 깊어진 것 같죠. 연기가 더 재미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 SBS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홈페이지
# 이영애를 넘어야 하는 <사임당>
<사임당>은 이영애의, 이영애를 위한, 이영애에 의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장금>으로 전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여배우의 컴백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은 <사임당>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못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싸늘하게 식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tvN <도깨비>가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사임당>에는 그다지 좋지 못한 환경이다. <도깨비>가 사극과 현대물을 동시에 다뤘듯, <사임당> 역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가는 형식을 가진 타임슬립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도깨비> 외에도 최근 시간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다수 제작돼 시청자들이 다소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은령 작가는 “2014년 7월 시놉시스가 처음 나와 지난해 5월 촬영을 마쳤다. 가장 먼저 타임슬립을 다뤘지만 방영이 늦어진 것”이라며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를 재미있게 봤는데 현대의 서지윤과 과거의 사임당의 엇갈린 뫼비우스의 띠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영애의 곁에 우군이 있다는 것은 든든하다. <사임당>의 남자주인공은 또 다른 한류스타인 송승헌. 이영애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송승헌 역시 작품 하나를 책임지는 데 부족함이 없는 톱스타다. 송승헌은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영애 선배님과 연기할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겠어요”라며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고 영광이죠”라고 <사임당>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 출처 : SBS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홈페이지
# 그럼에도 이영애는 이영애다!
당초 <사임당>은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동시 방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시장이 닫히며 동시 방송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26일 국내 방송에 맞춰 일본,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브루나이 등 7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또한 태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에도 수출됐다. 이미 제작을 마친 작품은 만큼 올해 상반기 안에 모두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이영애의 힘’이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대장금>이 한류의 물꼬를 텄듯, 이영애가 <사임당>을 통해 다시 한 번 침체된 한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다른 드라마 제작사나 방송사들이 경쟁작인 <사임당>을 견제하면서도 이영애라는 걸출한 배우의 선전을 응원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김소리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