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준 기자 =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1.26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당시 논의과정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박 과장은 “최 씨가 ‘SK와는 얘기가 됐으니 말을 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말해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K재단은 SK측에 ‘가이드러너’ 사업과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에 필요한 예산 80억 원을 지원 요청하며, 이 중 해외 전지훈련비용 50억 원을 최 씨 소유의 ‘비덱 스포츠’로 직접 송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SK측이 “K재단과 비덱이 전혀 관계없는 회사인데 어떻게 직접 돈을 보내느냐. 대신 재단에 추가 기부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난색을 보이자 최 씨가 “뭘 이렇게 까다롭게 나오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SK와 K재단 측의 2차 미팅 자리에서 SK가 지원액 20억 원을 제시하자 최 씨는 “전지훈련 예산이 50억 원인데 20억 원으로 나오는 건 너무 짜지 않느냐. 다시 30억 원으로 얘기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SK측이 30억을 2016년과 2017년 15억 원씩 나눠 지급하겠다고 하자 최 씨는 재단 직원들에게 “올해(2016년) 다 받아야 한다. 올해 다 주는 거로 최대한 얘기해보고 안 되면 20억 원을 먼저 받는 거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는 K재단에 20억 원과 10억 원을 나눠 지원하기로 협의했으나, 최 씨가 이를 거절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한편, 박 과장은 이날 공판에서 “고영태로부터 일요일마다 최 씨가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재단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한 관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