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는 쌀을 보내기 전에 전화를 걸어와 “사하구보에 난 ‘행복마을 나눔곳간’ 기사를 보고 후원하고 싶어서 쌀을 보낸다”며 “아들 박현우 이름으로 기부 하겠다”고 말했다.
동 직원들은 막연히 쌀 1~2포를 보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10포나 택배로 보내와 깜짝 놀랐다. 이 쌀들은 현재 ‘행복마을 나눔곳간’에 보관돼 가져갈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행복마을 나눔곳간’은 지난해 12월 말 민관 복지공동체인 당리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어려운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동 행정복지센터 입구 사람들의 이용이 저조한 공중전화 부스를 제거하고 냉장고를 설치했으며 음식을 진열할 선반도 만들었다.
텅 비어있던 이 공간에는 이웃들의 작은 정성들이 모이면서 라면, 반찬, 쌀 등 식재료로 채워지고 있으며 생활형편이 어려운 150여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중복 지원을 예방하기 위해 저소득가정에는 한 달에 2만원 상당을 사용할 수 있는 이용카드가 미리 주어졌다.
좋은 취지가 사하구보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자 쌀 외에도 다른 식재료들이 잇따라 도착하고 있다.
당금회(당리동을 금쪽 같이 사랑하는 모임)에서 파프리카 1박스를 보내왔고 불교단체인 사암회에서는 냉동꽃게와 냉동고등어를 후원했다.
또한 통우회에서는 돼지고기를, 새마을부녀회에서는 밑반찬과 고추장아찌를 가져왔고, 만나교회에서는 2주마다 밑반찬을 지원해주기로 하였다.
‘행복마을 나눔곳간’은 성금이나 성품이 아니라 식재료를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웃을 돕고 싶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손쉽게 후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리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조보익(56) 위원장은 “각 가정에서 김이나 햄, 통조림도 좋고 반찬을 너무 많이 해서 남을 경우 가져와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며 “음식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니만큼 후원자, 이용자 모두에게 부담 없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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