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젤리나 졸리 | ||
지난 수년간 미국 내 모든 연령 층에서 흡연인구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현재 미국 성인의 15%만이 애연가이며,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 피우려면 날씨가 춥든 덥든 바깥으로 나가서 피워야 한다. 그것도 눈치를 봐가면서. 심한 경우에는 애연가들을 야만인으로까지 취급한다. 그야말로 ‘애연가의 지옥’이자 ‘비흡연가의 천당’인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할리우드만은 이런 세태를 거스르고 있는 듯하다.
지난 1964년 미 공중위생국이 처음으로 “흡연으로 인해 조기 사망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자 스크린 속의 흡연 열풍은 한동안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90년대 들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영화 속 흡연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가장 최근의 영화인 진 해크먼과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로얄 테넌바움>이나 러셀 크로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 또는 캐머런 디아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만 예를 들어 보더라도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담배를 멋지게 피워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또 근사한 폼으로….
▲ 브래트 피트와 헬레나 본햄카터 | ||
영화 속에 담배 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무렵, TV와 라디오의 담배 광고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면서부터였다. 이에 영화계 쪽으로 눈을 돌린 담배회사들은 배우 또는 영화사와 모종의 ‘담배 커넥션’을 체결하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화 속에서 자사의 담배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근래 들어서도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는 이 ‘담배 커넥션’에 연루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대표적인 경우로는 실베스타 스탤론을 들 수 있다. 스탤론은 지난 1983년 브라운&윌리암스사로부터 50만달러(약 6억원)를 받고 <록키> 등 5편의 영화에서 자사의 담배를 피우기로 비밀 협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쪽 모두 계약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후 영화 속의 직접적인 담배 간판 또는 옥외 광고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여전히 담배회사와 할리우드가 손을 잡았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오늘날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여전히 줄기차게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또 특정 담배 브랜드가 무심코 화면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 할리우드 스타 중에는 유난히 골초가 많다는 것도 할리우드가 흡연 장면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몇몇 골초 스타들은 각본에는 없지만 일부러 흡연 장면을 넣자고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골초 스타로는 브래드 피트, 멕 라이언, 짐 캐리, 니컬러스 케이지, 안젤리나 졸리, 러셀 크로 등이 있다.
▲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 ||
하지만 이런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할리우드에서 앞장서서 금연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못말리는 골초에서 최근 열정적인 금연 운동가로 변신한 <원초적 본능> <쇼걸>의 시나리오 작가 조 에스터하스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후두암 수술을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그는 “앞으로 내가 쓰는 어떤 각본에서도 흡연 장면은 단 1초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샤론 스톤이 아슬아슬한 자세로 섹시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금연 홍보사절로 활동하며 수필까지 출간한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지옥과도 같았던 담배와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고 있다. “영화 속 할리우드 스타의 손에 쥐어져 있는 담배 한 개비는 12세 혹은 14세 청소년들을 겨누고 있는 권총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