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이돌 공개처형’ 논란 후 일본 음악계에도 분 ‘실력 중시’ 기조…점묘의 노래 ‘인급동’ 올라
스노우맨 메인 보컬 와타나베 쇼타와 듀엣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휴닝 카이는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이며 ‘실력 검증’을 해냈다. 무대 결과 때문인지 투바투의 최신 일본 싱글 ‘치카이’는 1주일간 (7/1~7) 35만 장 판매량을 기록하며 오리콘 주간싱글 1위를 기록했다.
‘실력 중시’ 기류는 일본 음원차트에서 일찌감치 감지돼 왔다. 일본 양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재팬은 실력파 밴드와 싱어송라이터, 힙합 뮤지션 등이 이미 차트를 장악 중라는 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젊은 세대 아티스트 중 최고의 실력파 보컬로 꼽히는 오모리 모토키가 이끄는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은 일본 대부분 음원 사이트에서 1위는 물론 Top 20의 절반을 차지 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올해 초 일본 최고 히트곡이었던 Bling Bang Bang Born도 여전히 음원 차트 Top10 안에 들어 있다. 이 곡은 일본 힙합 MC 전국대회 3회 우승자와 세계 DJ 챔피언즈 1위가 뭉친 태생부터 실력자 듀오팀인 크리피 넛츠(Creepy Nuts)의 곡이다.
미세스 그린 애플을 위시해 실력파 아티스트가 음원 점령을 하고 있는 반면 여자 아이돌 그룹은 인기 KPOP 아이돌 일부를 제외하면 음원에서 큰 힘을 못 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기를 끈 프로듀스101 재팬 걸스(PRODUCE 101 JAPAN THE GIRLS)를 통해 결성된 그룹 미아이의 4월 신곡도 양대 음원 서비스에서 조기차트 아웃됐다. 또한 일본 국민 걸그룹 1, 2위를 다투는 사쿠라자카46과 니쥬도 차트 하위권에 조차 안 보이는 상황이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경우 코로나 이전 발매 곡도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자 일본의 국민 걸그룹 Niziu는 2020년 6월 프리 데뷔곡 ‘Make you happy’가 유튜브 누적 조회수 3억 1000만 뷰(2024년 7월 11일 기준)를 돌파하며, 데뷔 후 홍백가합전 최단 시간(29일) 입성 기록과 여성 아티스트 도쿄돔 최단 기간 입성(1년 11개월) 기록을 가졌다.
Niziu는 데뷔 초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가 연이은 저연령층 취향 곡 발매로 KPOP 성향의 팬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니쥬도 최근 일본 아이돌계에서 볼 수 없던 실력을 지상파 방송 등에서 연달아 뽐내며 한동안 정체기에 있던 유튜브, 인스타 구독자수,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수가 늘어나는 등 반등 추세다. 현재 일본 트렌드가 ‘실력 중시’라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니쥬가 실력을 뽐낼 기회를 잡은 건 일본 국민 그룹이 되버린 미세스 그린 애플과의 인연이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보컬 오모리 모토키는 코로나 시절 활동을 할 수 없을 때 니쥬를 선발한 JYP 엔터테인먼트의 일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Nizi Project’를 보며 감동했다고 한다. 이후 오모리 모토키는 니쥬의 팬임을 공공연히 자처했다. 특히 미세스 그린 애플은 코로나 이후 첫 콘서트를 니쥬와의 대반 콘서트(같은 장소에서 팬들을 반반 불러 동시에 펼치는 합동 콘서트)로 열어 팬클럽 JAM'S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식 팬클럽 ‘Ringo Jam’과 팬덤 JAM'S는 “아이돌 따위와 합동 콘서트라니 말이 되나”, “데뷔 때 줄넘기 댄스 히트 이후 기억나는 곡이 없는 팀” 등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공연은 이뤄졌고 끝난 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 공연은 일본 소셜미디어(SNS)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니쥬의 실력이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다.
특히 6월 22일 아사히TV 65주년 기념방송으로 당시 공연 중 몇 곡이 지상파 공개되며 일본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중에서도 미세스 그린 애플 곡 중 가장 먼저 스트리밍 5억 뷰를 돌파한 대히트곡 ‘점묘의 노래’가 주목 받고 있다. 미세스 그린 애플 보컬 오모리 모토키와 니쥬의 보컬 3인 미이히, 리쿠, 니나는 점묘의 노래를 함께 불렀는데 일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점묘의 노래’는 오모리 모토키가 여성 싱어송 라이터 이노우에 소노코와 2018년 부른 듀엣송으로 2010년대 (2010~2019년) 일본 음원차트에서 가장 인기있던 곡으로 유명하다. 이 곡은 일본 학원 축제나 가라오케 등에서 남녀 듀엣곡으로 가장 많이 불리기도하는 곡이다. 니쥬와의 협업 이전에는 미세스 그린 애플이 라이브에서도 단 한번 밖에 한 적이 없던 곡이어서 팬들 사이에서의 신격화된 곡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격화된 곡을 이례적으로 콜라보 해, 이번 콜라보 무대가 더 큰화제가 되고 있다.
다수의 미세스 팬들은 “댄스의 이미지만 있던 니쥬의 엄청난 가창력에 놀랐다. 덕분에 점묘의 노래를 라이브로 다시 들을 수 있어 기뻤다”라는 반응이다. 미세스의 보컬 오모리도 아시히TV 방송 도중 실시간으로 X에 “니쥬 노래 우마(잘한다)”라고 포스팅하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 방송은 저작권에 엄격해 SNS 등으로의 편집, 확산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묘의 노래’ 해적판 영상이 확산되자 미세스 그린 애플과 아사히TV 공식 유튜브 채널은 7월 8일 아예 ‘점묘의 노래’ 콜라보 영상을 12월 31일까지 한정으로 유튜브에 이례적 공개했다. 이미 X(트위터)와 틱톡의 불법 영상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넘어섰지만 현재 공식 영상은 공개 3일만에 조회수 약 105만 회를 기록하며 일본 X 트렌드 3위를 기록했다.
니쥬는 투바투와 스노우맨의 ‘베텔기우스’ 듀엣이 관심을 모았던 ‘더 뮤직데이 2024’에도 참가했다. 이날 무대에는 한국 4세대 1군 여성 아이돌과 많은 일본 인기 여성 아티스트들이 참가했음에도 니쥬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생방송 무대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라이브 중 AR 볼륨을 키워 지적을 받았는데 일본 그룹인 Niziu와 ‘Nizi Project’ 남성 버전으로 결성돼 동생 그룹으로 소개된 남자 아이돌그룹 Nexz는 말 그대로 ‘생 라이브’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였다.
이 무대를 감상한 일본 음악 팬들은 “일본 그룹들이지만 라이브와 실력을 중시하는 JYP 소속 그룹 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더 뮤직데이 2024’는 그간 반신반의 했던 상당수 일본인들이 KPOP 트레이닝 시스템의 우수성과 한일 양국 아이돌의 큰 실력 차이를 제대로 인정한 계기가 된 셈이다.
니쥬는 이날 7월 24일 발매할 신곡인 애니메이션 ;신의탑 2기’의 오프닝곡 ‘Rise up’을 일본에서 첫 공연했다. 니쥬는 그간 하지 않던 걸크러쉬 무대를 선보여 일본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컨셉을 소화할 수 있는 이미지를 발산했다.
무엇보다 니쥬가 일본 시청자들에게 ‘실력파’로 각인된 건 보컬 유닛과 랩 유닛의 활약이었다. ‘점묘의 노래’에서도 가창력을 뽐냈던 보컬조 니나와 미이히는 아무로 나미에의 명곡 ‘Sweet 19 blues’를 커버해 X 트렌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주인공은 랩 유닛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마와 마유카는 브루노 마스(ft. 카디비)의 ‘Finesse’를 개성을 살려 커버했고, 남자아이돌 랩 맴버들과 협연한 블랙아이드피스의 ‘Pump it’에서도 돋보이는 무대를 선보여 ‘리마 유카’가 일본 X 트렌드 6위에까지 오르며 화제가 됐다.
특히 리마 개인의 이름도 X 트렌드에 올랐는데 SNS상에는 일본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 볼 수 없던 랩 실력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 힙합의 아버지 Zeebra가 리마의 부친이라 DNA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 “4세대 KPOP 여돌 1군을 통틀어도 손에 꼽는 여성 랩 멤버가 아닌가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니쥬는 올 여름 일본 3대 락페스티벌 중 하나인 ‘Rock in Japan’(지바 현)을 비롯, ‘Nice Shot’ (후쿠오카), ‘Inazuma Rockfes’ (시가현), ‘Join Alive’ (홋카이도) 등 일본 전국 각지의 대형 락페스티벌에서 밴드 라이브를 펼치며 실력파 걸그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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