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등어추어탕에 밥을 말아 한입 떠 넣은 후 “어릴 때 그 맛이네”라는 말을 하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어느새 온화한 미소가 퍼졌다.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떡에 손을 뻗자 “잘 사는교”라고 안부도 물었다.
지난 9일 점심시간 부산 사하구(구청장 이경훈) 하단2동 한성교회 입구에 ‘우리 동네 어르신 행복나눔밥상’이라는 커다란 플랜카드가 붙었고 어르신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하단2동 주민자치회 주최로 9개 봉사단체들이 순번을 정하여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2012년 2월 시작한 무료급식은 올해로 만 5년째이다. 1회성 무료급식도 쉽지 않은데 매월 200여명의 어르신들의 식사 대접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단체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았기 때문이다.
‘1단체 1복지역할’이라는 목표 아래 매월 급식을 맡은 단체들이 70만원 안팎의 비용과 음식을 만드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통우회에서 떡국을 대접했고, 이번 달에는 지역발전협의회에서 고등어추어탕을 마련했다. 다음 달에는 자유총연맹하단2동분회에서 맡게 된다.
거리가 멀거나 몸이 불편해서 찾아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찾아가서 차량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서 식사를 대접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기도 한다.
단체들이 이렇게 복지에 앞장서게 된 것은 하단2동에 복지관이나 복지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업시설이나 아파트가 몰려 있어 어려운 이웃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저소득가장들이 많기에 장학금 전달, 불우이웃돕기,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등 복지 관련 사업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특히 노을나루길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은 우수사례로 각종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민자치위원회 박종훈(67) 위원장은 “날이 풀리면 행복나눔밥상을 운영하면서 찾아가는 복지상담 서비스, 이·미용 서비스도 병행해나갈 계획”이라며 “우리 동네 복지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생각은 회원 모두가 한마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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