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사키 미네코 | ||
하지만 불행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게이샤는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는 게이샤란 존재는 그저 오랜 전통을 지닌 일본의 ‘매춘부’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자 최근 한 유명한 게이샤인 이와사키 미네코(56)가 어렵게 자서전을 출간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껏 잘못 알려져 있던 게이샤에 관한 ‘진실’을 바로잡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60∼70년대 일본 화류계를 풍미했던 이와사키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이샤로 유명하다. 정재계의 거물급 인사들만을 접대하는 그녀는 아무리 상대가 내로라하는 위치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결코 허리를 굽신거리는 법이 없다.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남성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야말로 게이샤의 참된 능력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현재 일본에서 ‘진정한’ 게이샤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진정한 게이샤란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예술-무용, 연주, 노래, 서예뿐만이 아니라 해박한 상식과 유머 등을 겸비한 게이샤를 의미한다. 요즘에는 대부분 온천과 같은 곳에서 매춘과 술접대를 하는 ‘무늬만 게이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날 일본에서 진정한 게이샤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평균 나이는 40세 이상이다. 이와사키의 경우도 이미 쉰을 훌쩍 넘긴 지긋한 나이긴 마찬가지.
이와사키는 게이샤로서는 드물게 명성뿐만이 아니라 재력도 겸비한 경우에 속한다. 그녀가 매년 자신의 이름으로 벌어 들이는 수입은 자그마치 50만달러(약 6억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최하는 연회나 다과회에 초대되는 유명 인사는 미국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을 비롯해 헨리 키신저 전 외무부 장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등 국빈급 이상으로 그 이름만 들어도 가히 그녀의 인기와 명성을 실감할 수 있다.
▲ ‘진짜 게이샤’ 이와사키는 세계 명사들과 친분이 있다. 1970년 영국 찰스 왕세자 일행과 함께한 사진. 오른쪽은 책 표지. | ||
지난해 미국의 소설가 아더 골든의 베스트셀러인 <게이샤>의 일본어 번역본을 처음 접한 이와사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설 속 주인공 게이샤의 모습이 실제의 게이샤와 너무도 다르게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주인공이 9세 때 한 노인에 의해 순결을 빼앗긴다는 부분에 대해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고 반박하고 있는 그녀는 실제로 게이샤는 고객과 잠을 자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관계를 가진다 해도 절대로 돈을 받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그녀 역시 아직 ‘처녀’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97년 골든에게 자문을 해주면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게이샤 소설이 나오겠지’라고 기대했었지만 모두 헛된 바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녀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스스로 펜을 들게 됐던 그녀는 “서방 세계에 그릇되게 알려져 있는 게이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게이샤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인의 신상에 관한 한 입을 다문다’는 철칙을 깨면서까지 그녀가 책을 출간한 것은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의 각오는 남다르다. 현재 골든을 상대로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 그녀는 일본에서 이 소설이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