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소달구지
[옥천=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가는 봄과 5월이 아쉬운 주말 무언가 의미를 부여할 나들이를 하고픈, 나이는 조금 들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설레는 문학 소년소녀인 이들에게 현대시의 거장 정지용 시인의 고장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문학축제 지용제에 가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향수(鄕愁)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의 고향 옥천에서는 19일부터 21일까지 정지용(1902~1950) 시인을 기리는 지용제가 올해 3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최고 최대의 수식어가 붙는 장엄한 유적이나 화려한 명소, 요란한 행락지는 없지만 향수의 고장 옥천에는 우리 농촌의 아늑한 서정이 녹아 있는, 평범해서 즐기기에 부담 없는 호수와 풍경, 정갈한 음식과 표현은 서툴지만 인정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젊은 시절 이름만으로도 청춘들을 설레게 했던 시인 강은교, 아내에 대한 애툿한 감정의 절제로 많은 아내들을 울렸던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 아니 지금은 국회의원, 설명이 필요 없는 김남조, 나태주 시인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여기에 노래하는 음유 시인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가수 김세환과 정훈희에 신예 알리까지,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저녁이 펼쳐진다.
올해는 본 행사에 앞서 지용제가 서울 나들이에 나서 1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제29회 정지용문학상 시상식과 역대 지용문학상 수상 작품을 모은 작품집 발간 기념식을 열었다.
시인 김남조
정지용 문학상은 김남조 시인의 ‘시계’가 차지했다.
이 자리에는 대중가요 ‘향수’를 불러 히트시킨 성악가 박인수, 가수 이동원씨가 참석해 향수와 고향 등의 노래를 들려줬다.
또 역대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들이 수상시를 낭송했는데 오세영(겨울노래), 강은교(너를 사랑한다), 김초헤(마음화상) 문효치(백제사), 이상국( 옥상의 가을) 정희성(그리운 나무) 신달자 (국물) 시인들이 참가했다.
제30회 지용제는 19~21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정지용 생가와 지용문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지용제는 ‘詩끌벅적 감동 30년’이란 주제 하에 대한민국의 영원한 고향 옥천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카페 프란츠
예년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전국 문학인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반길 준비를 마쳤다.
행사장은 정 시인의 명시 ‘향수’에 담긴 풍경처럼 정겨운 고향 이미지로 연출했다.
축제장에는 옛 고향을 음미할 수 있는 ‘여기는 향수 민속촌’이 만들어져 DJ가 들려주는 정겨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옛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음매~ 향수 달구지 타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윷놀이, 딱지치기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또 거리의 시인, 길거리 관상쟁이 등과 함께 추억의 퍼포먼스를 즐기며 ‘그땐 그랬지’ 하며 향수에 푹 빠져볼 수도 있다.
트랙터 타기
- 꿈엔들 고향! 첫째 날
지용제 첫째 날에는 ‘제23회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이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동시에 정지용문학관 광장에서는 ‘너는 시인, 나는 화가’, ‘지용시 낭송교실’ 등 詩끌BOOK한 향수체험이 펼쳐진다.
이어 ‘제17회 학생그림그리기 대회’가 지용문학공원에서 열리고 연계 행사인 ‘제10회 옥천 짝짜꿍 전국동요제’가 행사장 상설무대에서 개최된다.
해질 무렵에는 군민 한마음 노래자랑, 초대가수 콘서트 등 감동의 30주년 기념 공연이 계속된다.
또 30주년 기념 ‘詩등 점등식’ 과 고향의 밤을 수놓을 ‘불꽃놀이’가 펼쳐져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변사와 함께 하는 무성영화 ‘이수일과 심순애’도 코미디언 최영준의 진행으로 마련된다.
-산꽁이 고향! 둘째 날
둘째 날에는 그림으로 말하는 정승각 작가와의 만남이 지용문학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며 詩끌BOOK한 향수체험은 정지용문학관 광장에서 계속된다.
연계행사로는 ‘제10회 옥천군 향토음식경연대회’가 향수 민속촌에서 ‘제28회 전국 시조 가사 가곡 경창대회’가 옥천읍사무소에서 열린다.
또 미래작가 청소년을 위한 문학인 길잡이 ‘제4회 전국 정지용 청소년문학캠프’가 장령산자연휴양림과 지용문학공원에서 개최된다.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라는 산문집을 펴낸 김선우 시인의 문학특강 ‘백자 시노래와 함께’가 교동리 호수 수변 무대에 마련돼 또 다른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이어 지용제의 꽃 ‘시와 노래의 만남’ 무대가 축제장 상설무대에서 펼쳐진다. 1~2부로 전개되는 이 무대에는 나태주, 김남조, 도종환, 유자효, 강은교, 이근배 등 문인과 김세환, 정훈희, 알리 등 가수가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지용제 행사장 입구
- 실개천 고향! 셋째 날
셋째 날에는 ‘제16회 전국정지용 백일장’이 죽향초에서 ‘제4회 정지용전국시낭송 대회’가 지용문학공원 무대에서 열린다.
이어 주민과 함께 하는 무대 군민 연예인 데뷔 콘서트 ‘날 보러 와요’와 ‘가족시 낭송회’가 펼쳐진다.
그리고 감동의 30주년 기념 두 번째 공연 ‘넓은 벌 동쪽 끝’으로가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공연에는 영동난계국악단이 초청돼 국악과 락의 만남 외 김도균 기타리스트의 협연 등으로 채워진다.
김영만 군수는 “딱딱한 문학행사에서 벗어나 누구나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선보이겠다” 며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