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북지사
화폐수급 업무는 한국은행이 전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환수하는 일이다. 전북본부 등 전국 16개 지역본부가 이 업무를 해왔으나 2012년 2월 한국은행의 조직 및 인력 개편에 따라 5대 광역본부로 통폐합하면서 중단됐다.
전북도가 한은 전북본부 화폐수급 업무 재개에 적극 나선 것은 서울,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원활한 화폐수급 등 금융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게 판단 때문이다.
제3의 금융도시 조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과 3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의 광주은행 인수 등 달라진 전북의 금융환경을 반영하기 위해선 화폐수급 업무가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 이은 국내 제3의 금융도시 건설은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공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지역 핵심공약이다. 도는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을 계기로 전북을 서울,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도시로 키우기로 하고 전북금융타운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는 제3의 금융도시 건설을 위해 157억 원을 투입해 금융타운 부지를 매입했고, 현재 구체적인 방향 설정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까지 마친 상태다.
이처럼 현재의 전북 금융환경이 180도 달라졌음에도 한은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는 2012년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대전·충남본부와 광주·전남본부로 흡수 통합돼 5년째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도내 금융기관들은 화폐수급이나 신권 서비스 등의 거래를 위해 100여㎞나 떨어진 광주·전남본부와 대전·충남본부를 오가야 하는 불편함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
송하진 지사는 19일 담당 부서에 한은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 재개를 위한 정치권과 공조 등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송하진 지사는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고 3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해 서부권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을 총괄할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금융지도가 변하고 있다”면서 한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지사는 “금융중심도시 조성을 통한 전북금융산업 육성은 도민 열망”이라며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에도 반영된 만큼 한국은행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화폐수급 통폐합 이후 강원과 인천본부가 복원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은행 인천본부와 강원본부의 화폐수급 업무는 재개됐지만, 전북본부는 업무 재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도내 금융계, 상공업계, 자치단체들도 한은 전북본부가 화폐수급 업무를 재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를 비롯해 시장·군수협의회 등에서 업무 재개를 위한 성명서를 냈고 송 지사도 한은 총재를 직접 방문해 업무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한은 전북본부는 기존의 화폐수급 업무를 위한 시설이 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없다”며 “앞으로 도내 정치권 등과 힘을 모아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