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리브와 그의 가족. | ||
그럼 크리스토퍼 리브는 진정 죽는 순간까지 진정한 영웅의 모습으로 살다 간 것일까. 그에 대한 세상의 지나친 환호가 그의 남은 삶을 더욱 영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든 것은 아닐까.
<글로브>는 최신호에서 크리스토퍼의 죽음 뒤에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를 다루는 기사를 실었다. <글로브> 는 영웅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죽을 생각을 수차례 했고, 결국 그가 죽은 것도 크리스토퍼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사실상의 자살’이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크리스토퍼의 죽음을 바라보는 의사 맥도널드의 견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맥도널드 박사는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토퍼 리브 스스로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했는지 궁금해 한다”면서 “더 이상 고통을 짊어질 힘이 없다고 판단한 그와 담당 의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약을 줘서 심장을 멈추게 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크리스토퍼의 고통을 완화해주기 위해 의사나 간호사들이 마취약을 조금씩 투여했는데 그것은 통증을 가라앉혀 주지만 심장의 활동을 점차 느리게 만들어 결국에는 멈추게 만드는 약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는 인공호흡장치를 하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가 그것을 떼 달라고 해서 세상을 떠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사실은 우리 사회의 커튼 뒤에 가려져 있을 뿐 의료계에서는 공공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고를 당한 크리스토퍼는 사고 이전보다 더욱 세인의 주목을 받고 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살을 수차례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심한 우울증까지 찾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
그는 사고 초기 심지어 아내인 다나에게 “나를 보내 줘야 할 것 같아”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때 아내 다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면서 “당신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곁에 있겠다”고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다나도 남편이 너무 고통스러워하자 결국 마지막엔 “모든 것은 당신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지만 투병과정에서 아주 어둡고 비관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내가 완쾌할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이 바람 앞에 선 촛불과 같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위문차 오는 주변 사람들에게 “쉰둘의 나이를 먹자 내 마음에서는 변화가 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울먹거렸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어머니인 바바라는 자신의 아들이 지난 8월부터 계속 병원균에 전염이 되어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자기에게 매달리는 가족들을 보면서 크리스토퍼는 찾아온 친구들에게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스스로 떠나야 겠다”고 말해 놀라게 했다고 한다.
죽기 하루 전날인 10월9일 리브는 뉴욕에 있는 그의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긴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에는 자신의 지지의사와 함께 “앞으로 미국을 잘 이끌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편지를 보낸 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열두 살짜리 아들인 윌과 함께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인 칠면조 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인 다나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맥도널드 박사는 이 모든 것이 크리스토퍼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감지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는 각자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하고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리고 싶어한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자신이 평화스러운 상태에 있다는 것과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처럼 행동한다. 크리스토퍼는 이 같은 과정을 다 밟고 조용히,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토퍼는 다음날 노던 웨스트체스터병원에서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이 병원의 담당 의사들은 크리스토퍼의 사망 사유를 심장질환이라고 짧게 밝혔다.
할리우드에 거주하는 심리학자인 릴리안 박사는 예전에 크리스토퍼 리브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의 죽음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정말 값진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하고 “그의 결단력과 의지력,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