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캡처
[일요신문] 배우 이보영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모시를 낭독했다.
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이날 이보영은 단상에 올라 유연숙 작가의 ‘넋은 별이 되고’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보영은 수수한 화장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등장해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한행 한행 읊어나갔다.
다음은 이보영이 낭독한 ‘넋은 별이 되고’의 전문.
‘넋은 별이 되고’
모른 척 돌아서 가면
가시밭길 걷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당신은 어찌하여
푸른 목숨 잘라내는
그 길을 택하셨습니까
시린 새벽 공기 가르며
무사귀환을 빌었던
주름 깊은 어머니의 아들이었는데
바람 소리에도 행여 님일까
문지방 황급히 넘던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었는데
기억하지 못 할 얼굴
어린 자식 가슴에 새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아들의 아버지였는데
무슨 일로 당신은 소식이 없으십니까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오
주저 없이 조국에 태워버린
당신의 영혼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파도처럼 높았던 함성
가만히 눈 감아도 보이고
귀 막아도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수많은 푸르른 넋
잠들지 못한 당신의 정신은 남아
자손들의 가슴 속에 숨을 쉬고
차가운 혈관을 두드려 깨웁니다
이제 보이십니까
피맺힌 절규로 지켜낸 조국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는 촛불같이
목숨 녹여 이룩한 이 나라
당신의 넋은 언제나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로 우뚝 서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
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한편 이날 추념 공연은 총 3막으로 구성됐다. 1막에서는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곡 ‘모란이 피기까지’를 장사익이 불렀다.
2막에서는 이보영의 추모헌시 낭독과 6.25 전쟁 당시 산화한 고 강태조 이병과 유가족의 사연이 담긴 노래 ‘조국의 위하여’를 국방부 군악대대의 연주에 맞춰 뮤지컬 배우 카이와 정선아, 연합합창단이 불렀다.
주성연 기자 joofee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