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이즈미 총리. 국회사진기자단 | ||
고이즈미 총리는 이들 신참들에게 “파벌에 들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파벌에 들지 않고 고이즈미 총리의 지시를 따른다면 정책 결정이나 실행에 있어서 고이즈미 총리의 권력은 막강해질 수 있을 터. 하지만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고이즈미 칠드런’은 벌써부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민당은 현재 최연소로 금배지를 단 스기무라 다이조 의원(26)의 돌출발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TV에서 정치가가 된 이유에 대해 “여자 아이들이 아이돌이 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또 “요정에 가고 싶다” “국회 의원의 연봉은 2천5백만엔(약 2억3천만원)” 등의 발언을 거듭했다. 이에 ‘실언으로 유명한’ 다케베 간사장조차 그에게 언론접촉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
이러한 실언으로 인해 “자격 없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쇄도하자 자민당은 처음으로 신인의원연수회를 열고 ‘신참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유치원을 연상케 하는 수준.
이 연수회에 참가한 한 의원은 “‘집합 시간 15분 전에는 착석할 것’이나 ‘무슨 일이 있으면 당에 상의할 것’ 등 기초적인 내용뿐”이라고 불만을 표하면서 “그것을 경청하며 받아 적는 의원도 있다. 그런 기초적인 상식도 모르는 의원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동료 의원을 꼬집었다.
▲ “요정에 가고 싶다”는 말로 파문을 일으킨 스기무라 다이조 의원. 그는 “부모님이 너답게 행동하라고 했다”며 “하고 싶은 말은 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물론 모든 강습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니다. 선배 의원들이 신인 의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나 경험을 나누어주는 것은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도 많다. 한 의원은 “말하자면 기업의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신인의원연수회가) 없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출석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연수회에서 “무 파벌층은 소중한 존재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민당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고이즈미 칠드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고이즈미 총리는 “그들은 칠드런이 아니라 모두 어른”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초선들의 좌충우돌 행동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까. 적어도 스기무라 의원의 경우를 보면 신참 제어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대국민 사과회견으로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자신의 스타일은 바꿀 용의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과회견에서 스기무라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각이 부족해 유치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거듭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품위 있는 언동을 하도록 주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다. 그러나 그후 국회에 첫 등원 날 언론에 둘러싸이자 그는 “부모님께서 ‘어차피 널 품위 있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으니 너답게 행동하라’는 말씀을 해줘 용기를 얻었다” “상사(다케베 간사장)에게 혼은 났지만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은 할 것”이라고 딱잘라 말했다. 다케베 간사장한테 “거짓말 하지 말 것, 여자 꼬시지 말 것, 여자를 조심할 것”이라는 주의를 받은 스기무라 의원. 그는 앞으로도 계속 언론의 집중 취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가타야마 사쓰키 의원 | ||
고이즈미의 특명을 받고 ‘마돈나 자객’으로 선거에 투입돼 승리한 가타야마 사쓰키 의원(46·여)은 ‘너무 높은 콧대’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의원 숙소로 이사를 하는 가타야마에게 기자들이 “의원님이 된 소감”을 묻자 “아침부터 초보적인 질문뿐이다. 앞으로 나한테 질문을 하려면 조금 더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회의원으로는 신인이지만 대장성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나를 제외한) 신인 의원들의 안이한 발언들을 듣고 있으면 걱정이 된다. 교육이 필요하다”는 등의 ‘오만한 발언’으로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가타야마 의원은 도쿄대를 졸업하고 대장성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야말로 엘리트. 그녀는 이미 대학 때부터 ‘미스 도쿄대’로 뽑히는 등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재원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대장성 담당기자에 따르면 “대장성 내에서는 그녀가 자기과시욕이 강하며 금방 화를 내는 성격이라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국회가 개회한 다음날 대장성에서 함께 일하던 상사와 동료가 설명을 위해 그녀의 사무실에 들르자 “나도 여기서 일했었지만, 이제야 이만큼 진전이 됐다. 수고하라”고 전(前) 상사를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격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기무라 의원과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친 가타야마 의원 등 신참들의 돌출행동이 천하를 다 얻은 듯 보이는 고이즈미에게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