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간매체들에 실린 사진들. 왼쪽은 납치살해된 유키가 보육원에 다니던 때의 모습. 오른쪽은 검찰에 넘겨지는 하기노 유우. | ||
초등학교 1학년인 여자아이가 하교 길에 사라진 후 다음날 끔찍한 시체로 발견되는가하면, 학원 강사가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를 학원 교실에서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들은 희생자의 대부분이 범인과 뚜렷한 원한관계도 아니라는 점 때문에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납치살해 초등1학년
일본의 도치기현에서 지난 12월1일 하교하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사라졌다. 아이 이름은 요시다 유키. 저녁이 돼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가족은 경찰에 연락을 하고 동네사람들과 함께 아이를 찾아 나섰다. 유키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다음날 오후였다. 집에서 약 60km 떨어진 숲 속에 버려진 유키는 배와 가슴에 칼로 찌른 듯한 상처가 10여 군데나 있었고, 손발에는 테이프로 묶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인은 출혈과다.
사건 당일 근처에서 수상한 자동차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범인의 윤곽이 조심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한 범죄 심리학자는 “잠복에서 납치 폭행 살해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면식범의 가능성이 많다. 아이의 상처로 볼 때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전혀 동요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유아성애 경향이 있는 남성일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정도 전에 인터넷 게시판 ‘2채널’에 범행을 예고하는 듯한 글이 올라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범죄자 예비군 로리콘’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이번 주에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할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라거나 “간단한 일이다…. 집에 가는 여자아이를 납치하는 것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유키가 납치당한 현장 주변에서는 전부터 수상한 사람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었다. 역 앞의 슈퍼마켓에서 한 남자가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에게 “과자를 줄 테니 따라오라”며 끌고 가려고 하거나,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젊은 남자가 집까지 따라오는 등의 사건 들이 있었다고 한다.
학원강사의 엽기살인
유키 납치살해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초등생이 끔찍하게 살해돼 일본 열도를 혼돈속으로 밀어넣었다. 지난 12월10일 교토의 한 보습학원 강의실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살해당한 것이다. 범인은 이 학원의 강사인 하기노 유우(23)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 교실에 들어온 하기노는 교실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피해자인 호리모토 사야노(12)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을 모두 나가게 했다. 불안해진 사야노가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하기노는 흉기로 몇 번이고 소녀를 찔러댔다. 교실은 금방 피바다가 된 것은 당연지사. 하기노는 사건 직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에서 여자아이를 찔러 죽었다”고 말한 후 스스로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대체 하기노는 곧바로 후회할 이런 끔찍한 짓을 왜 저질렀던 걸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그의 양면적인 성격에서 찾는다. 유복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하기노는 극성스러울 정도로 교육열이 대단한 그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동네에서는 어머니의 엄격한 가정교육과 하기노의 이상한 행동으로 유명한 가족이었다고 한다.
하기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화장실에 가두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하기노는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 들릴 정도로 “살려줘! 구급차!”라고 소리를 질렀다. 학교에서도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면 갑자기 “화이어!”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인지 성적은 뛰어나서 명문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수강할 수 있는 인기 있는 범죄학 세미나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았지만, 2003년 하기노는 대학 도서관에서 여학생의 지갑을 훔쳐 체포된다. 이 일로 대학에서 정학을 당해 당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학원을 그만두게 된다. 하기노가 이 사실을 숨기고 새로 들어간 곳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학원. 새로운 학원에서는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생들에게도 인기 있는 강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3월에 호리모토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에 하기노는 사야노를 귀여워했지만 되레 사야노에게 “징그럽다”거나 “싫다”는 등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자 일부러 오랫동안 면담을 하거나 숙제를 많이 내는 등 사야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 문제로 사야노의 어머니가 학원에 항의를 하고 결국 12월부터는 사야노의 수업만 하기노가 아닌 다른 강사가 맡게 됐다. 이 일로 학부모와 마지막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하기노는 사야노에게 “공부도 못하면서 원하는 학교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그 발로 곧장 식칼 두 자루를 구입했다. 식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사건 당일에는 망치를 준비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이런 비정상인 범행을 저지른 하기노는 살해의 이유에 대해 “그 애가 사라져야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