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의 요청으로 이자경(24, 사진) 씨는 50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경주마와 씨름하며 쉴 새 없이 망치질하며 경주마의 신발격인 편자를 만들고 있었다.
이 씨는 “경주마의 말굽은 사람의 손톱처럼 젤라틴 성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분뇨에 오염돼 발굽 각질이 부식되거나 썩는 병에 걸려 경주성적에 큰 영향을 준다”며 “매달 새 편자를 갈아주고, 말굽 관리를 해주는 일이 장제사의 일”이라고 말했다.
애완견 발에다가 덧신을 신기기도 하지만 유일하게 신발을 신는 동물이 말(馬)이다.
경주로를 질주하는 경주마가 그 능력 발휘하는데 가장 중요한 편자는 단순한 보호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의 건강 및 경주 성적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서양 속담에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NO hoof, no horse!)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
최근 성장하고 있는 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장제사(裝蹄師)가 유망 직종으로 20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장제사는 말발굽의 모양이나 형태를 점검하고 편자를 만들어, 선택한 후 말발굽을 깎거나 연마해 딱 알맞은 편자를 부착하는 말관련 전문직이다.
과거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으로 치부됐던 장제사는 경마·승마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20~30대 젊은이들 중심으로 단순히 직장을 구하는 데 실패해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유망한 직장’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자경 씨는 우리나라 최연소 장제사다. 장제사라는 직업은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80여명 밖에 없는 희귀 직업이다.
한국마사회가 공인하는 65명뿐이고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입학한 이 씨는 광주장외발매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제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진정한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한다”며 “장제사는 고가의 경주마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기술과 노련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니던 대학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장제사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 모두 반대 했지만, 친구들이 취업 고민할 때 어엿한 기술자가 됐다. 그는 “일은 힘들지만 내 기술이 있어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국 장제의 최고봉에 오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새벽잠이 많아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말과 온종일 생활하니까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대부분의 직업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는 데 비하면 마음 편하다. 앞으로 전망도 있기 때문에 기술만 좋다면 이만한 직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장제사가 되려면 국가자격시험이나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국가자격시험을 거치면 승용마 장제를,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면 경주마 장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마사회 장제사 양성과정의 자체 자격시험이 폐지돼 국가자격시험 통과자만 장제사 활동이 가능하다.
또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장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승용마는 물론 경주마 장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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