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페이퍼컴퍼니 통한 탈세 적발돼 유죄 선고
허 회장의 페이퍼컴퍼니가 발견된 건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였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일진그룹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조사 4국은 허 회장이 2014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약 1292만 달러가 보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 차명계좌에 대해 박성진 텍스스퀘어 세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외를 통한 탈세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첫 번째는 자금세탁이다. 불법 비자금, 사기, 도박 등 돈을 버는 단계에서 방법이 부정했거나 합법적으로 돈을 벌었더라도 세금 신고를 누락한 돈이 쌓이면 검은 돈이 되는데, 이러한 검은 돈을 국내에 보유하고 있으면 각종 리스크가 있으므로 해외로 인출시켜 도피성 탈세와 동시에 자금세탁을 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금회피다. 상속세와 증여세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현금은 2세에게 상속 또는 증여가 되면 고액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해외로 은닉하여 꼬리표가 없는 돈을 만들어 2세에게 승계시키려는 것이다.”
조사 4국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허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월 미신고 금액과 별개로 추가 횡령 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벌금 12억에 약식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약식기소로 그치지 않고 정식 재판으로 진행됐다. 법원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에 회부한 이유는 신고하지 않은 돈이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벌금 12억 원도 약식명령에 그치기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였다.
지난 4월 1심에서 허 회장은 벌금 7억 원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 결과 벌금이 약식기소보다 줄어든 이유는 허 회장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검찰도, 허 회장도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재판은 끝나게 됐다.
일진그룹 측은 “해당 건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으로 안다. 1심 판결을 봤을 때 어쨌건 (일진그룹에) 흠결이 있었기 때문에 법원이 벌금을 부과했다고 판단해 법원 판결에 따라 벌금을 납부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의 덜미를 잡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제도는 조세피난처(Tax haven) 등을 비롯한 해외에 유령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재산을 국외로 은닉하는 등 지능적인 탈세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해외 유령회사로 자금이 은닉되면 자국에서는 이를 추적하기가 어렵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해외 조세피난처로 숨긴 재산은 노력에다 운이 더해져야 찾을 수 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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