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과 부인 아베 아키에. 그녀는 ‘쾌활한 현대 여성’이란 평이다. | ||
이와 함께 일본인들은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리고 있다. 일본의 퍼스트레이디 자리는 ‘독신’이었던 고이즈미 총리 탓에 5년 이상 공석으로 비어 있었다. ‘쾌활한 현대 여성’이라는 평을 듣는 아베 아키에(43)와 ‘남편을 뒤에서 조용히 내조를 하는 스타일’인 후쿠다 기요코(62)가 그 후보다. 현재 지지율은 아베 장관이 후쿠다 전 장관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진 아키에의 총리관저 입성이 유력한 상황. 잡지 <주간문춘>의 보도를 토대로 두 안주인 후보의 내조스타일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국제행사 수행 등 외교적인 부분에서 퍼스트레이디가 차지하는 역할이 작지 않은 만큼 아베 아키에와 후쿠다 기요코의 성격이나 개인적인 생활이 일본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두 사람은 많은 면에서 대조적인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아베 아키에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주간지의 취재에도 거리낌없이 응한다. 한때 FM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 반면에 후쿠다 기요코는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조차 찾기 어렵다. 한 정치부 기자는 “기요코 부인이 제대로 취재에 응한 것은 2002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고이즈미 총리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을 때 정도”라고 말한다.
기요코와 아키에는 둘 다 명문가 출신이다. 1944년 도쿄에서 태어난 기요코의 집안은 아버지가 <마이니치신문>의 전 사장이고 어머니는 재상의 딸로 유명하다. 게이오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그녀의 꿈은 원래 항공기 승무원이었다고 한다. 기요코는 당시 자민당의 실력자였던 후쿠다 다케오(후쿠다 야스오의 아버지)를 찾아가 취직을 부탁했는데 그녀를 며느리감으로 점찍은 후쿠다 다케오는 “항공사에 취직하지 말고 우리 집안으로 시집을 오라”고 설득해 당시 회사원이던 장남 후쿠다 야스오와 결혼하게 된다.
아키에는 1962년에 유명한 제과업체인 ‘모리나가 제과’를 창업한 마쓰자키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능하고 성격이 활발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 다니던 시절 아베 장관을 만나 정치가의 아내가 됐는데 결혼 후 그녀의 친정은 한동안 “모리나가 캐러멜은 공산당원도 먹는데 특정 정당의 선거활동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보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 미국 영부인 로라 부시와 함께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오른쪽 작은네모) 부인 후쿠다 기요코. | ||
후쿠다가 관방장관이었을 때의 에피소드. 당시 매주 목요일 자택에서 기자들을 불러 저녁식사를 대접하고는 했다. 한번은 열 명이 넘는 기자들을 위해 전채요리부터 시작하여 메인요리,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식을 기요코 부인 혼자서 반나절 걸려 차려내 기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 특히 평판이 좋은 음식은 로스트비프와 라자니아였다고. 또한 그녀는 담당기자들을 일일이 기억해두었다가 매년 편지를 보내거나 OB회를 여는 자상한 마음씀씀이를 보이고 있다. 기자에게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후쿠다 야스오의 뒤에는 이런 부인의 내조가 있었던 것이다.
기요코가 현명한 내조를 장점으로 한다면 아키에는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1994년에 FM 라디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남편이 선거활동을 하던 시모노세키에서 유명 인사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4년 이상 방송을 했지만 지금은 쉬고 있는 상태다. 당시 그녀는 ‘아키’라는 예명을 사용하여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남편인 아베 신조가 기자들에게 실수로 이 사실을 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된 것. 그녀는 남편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다고.
그녀는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무리 바빠도 회식 자리에는 반드시 참석해 “마침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며 서너 잔을 시원하게 비운 뒤 집으로 돌아간다고. 술을 잘 마시지 못 하는 남편을 대신해 후원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다.
요즘 아키에가 열중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어 공부다. 매주 한 번씩 가정교사를 부를 정도로 한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아베 신조가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한국어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그런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의 정치가에게 “일본 최초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라고 하니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대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요코는 주위의 지인에게 “절대로 반대다. (남편이 총리가 되면) 곤란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총리라는 자리가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 반면 아베 집안은 아베 장관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 총리가 되기 직전에 사망한 것에 대한 한(?) 때문인지 온가족이 합심하여 응원하고 있다.
두 사람의 각자 다른 개성을 보면 누가 일본의 다음 퍼스트레이디가 되건 일본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