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루이젤 라모스의‘마지막 워킹’ 모습. 로이터/뉴시스 | ||
그녀가 갑자기 목숨을 잃은 것은 놀랍게도 지나친 다이어트, 즉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거식증의 참담한 결과였던 것. 오로지 모델이 되겠다는 꿈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던 그녀의 숨가빴던 마지막 날을 살펴 보았다.
때는 지난 8월 2일 저녁 8시.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래디슨 빅토리아 플라자 호텔’에서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패션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인 수십 명의 모델들 가운데는 생애 처음으로 큰 패션쇼에 출연하는 신인 모델 루이젤 라모스도 있었다. 사실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은 뜻밖의 행운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그저 다른 유명 모델의 보조로 고용되었지만 모델 지망생이었던 그녀의 열정을 알아본 한 패션쇼 관계자가 그녀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모델 과정을 수료하거나 홀로 에이전시를 찾아 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던 라모스에게 이번 기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기회였다. 이에 그녀는 그날밤 누구보다도 들뜬 마음으로 무대 뒤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쇼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의상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매치한 의상이었다. 그녀가 무대 위로 걸어 나가자 관람객 속에서 그녀의 데뷔를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와 약혼자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첫 번째 워킹은 성공적이었다. 무대 뒤로 재빨리 뛰어 들어온 그녀는 두 번째 의상을 준비했다. 함께 쇼에 참가하고 있는 모델인 동생 엘리아나(18) 역시 심적으로 든든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두 번째 의상인 드레스를 입고 다시 무대에 오른 라모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첫 번째보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자 그녀는 한층 고무된 마음으로 다시 무대 뒤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세 번째 의상을 준비할 차례였다.
▲ 비쩍 마른 루이젤 라모스의 뒷모습. | ||
주변에 있던 놀란 동료 모델들이 다가와 그녀를 흔들어 깨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긴장한 탓에 잠시 기절했거나 발목이 삔 것으로만 여겼다. 동생 엘리아나가 달려와 여러 차례 이름을 부르면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뒤늦게 구급차가 왔지만 그녀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그녀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쇼는 즉시 중단되었고, 라모스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채 울음을 터트렸다.
쇼가 끝나고 2주 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었던 약혼자 자이로 베론도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조금 전 무대 위에서 본 그녀는 지극히 정상으로 보였다”면서 울부짖었다.
라모스의 아버지인 루이스 라모스는 그녀가 이렇게 갑자기 죽은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
그는 “사실 딸 아이가 몇 주전부터 거식증을 앓아 왔다. 패션쇼에 참가하는 것이 확정된 날부터 거의 아무 것도 먹지를 않았다”고 말하면서 딸이 굶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라모스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것은 벌써 수주 전부터였다.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나 모차렐라 치즈는커녕 그 어떤 음식도 거부했다. 그녀가 먹는 것은 가끔 마시는 코카콜라 라이트가 전부였다.
그 결과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살이 빠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62㎏이었던 몸무게는 50㎏도 채 나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잔병 한번 앓지 않는 건강 체질이었던 그녀였기에 가족들 역시 걱정은 되면서도 설마 이 지경까지 이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쇼는 끝났고, 그녀가 그렇게 꿈꾸던 첫 무대는 결국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무대가 되고 말았다.
이번 사건으로 현재 우루과이를 비롯한 이웃나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여성들의 지나친 다이어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거나 경고하는 ‘반다이어트 운동’이 한창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볼 때 거식증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는 나라는 미국이며, 그 다음으로는 일본과 독일이 뒤를 잇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