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나사렛대학교.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천안 나사렛대학교의 발달 장애인 특성화 학과가 수년간 입학시험에서 응시생의 성적을 조작해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상훈)은 지난 26일 오후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의 전 사무원 H씨(H씨는 본 사건과 관련해 해고됐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는 발달장애인 학생을 선발해 직업 재활 훈련을 하는 특성화 학과다.
H씨는 당시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장 K교수의 지시를 받아 2017년도 수시모집 지원 학생 7명의 1차 필기시험 답안과 점수를 고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K교수는 H씨에 성적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H씨의 증언에 따르면 K교수는 H씨 외 다른 학과 사무원에게도 성적조작을 지시했다.
H씨는 “(범행 전)걱정이 돼 K교수를 찾아가 (성적조작 실행을) 다시 물어보니 그는 ‘둘만 알면된다. 뭐가 걱정이냐’며 ‘(실명을 거론하며)전에 직원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조사에서도 H씨는 “K교수가 ‘전에 있던 직원은 점수를 고치고 나서 저는 모르는 일 입니다라고 했다’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나사렛대 재활자립학과 내 입시 과정에서 성적조작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명이 거론된 학과의 전 직원들은 계약직으로 근무했으며, 1~2년 전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교수는 입학시험을 치르기 이전부터 특정학생의 배경과 환경 등을 언급하며 ‘학과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학생선발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씨는 “학부모 상담 후 K교수가 연구실로 부르더니 ‘○○는 국가대표 선수고 아버지가 대전에서 병원을 크게 한다. 학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니 합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학생에 대해서도 □□는 수영선수고 ◇◇는 성격이 밝고 대답도 잘해 입학하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것 같다. 합격토록 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서울 강남구의 모 발달장애 청소년 연구소 출신 학생들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7명의 학생 중 4명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이에 대해 K교수는 재판을 마친 후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H씨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1월 나사렛대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 나사렛대는 “과거에는 그런 사실(성적 조작)이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교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장애인 복지분야 저명인사다.
사건이 불거진 후 올 3월 H씨는 학교에서 해고됐으며 K교수는 학과장 보직해임 외 여타의 징계없이 같은 학과에서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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