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집창촌 모습. | ||
여기에서 말하는 ‘인신매매 시장’이란 성을 사고 파는 매매춘에서부터 어린이 노동착취, 장기 밀매 등을 모두 포함한다. 말 그대로 사람이 자동차나 기계 혹은 마약이나 무기처럼 사고 팔리는 시장인 것이다. 부품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서 팔듯이 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을 살 수 있으며, 대부분의 공급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값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심층 보도한 인신매매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 라이. 이곳은 얼마 전부터 비단 태국 여성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과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버마, 라오스, 중국 등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여러 나라에서 팔려온 여성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치앙 라이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는 손님들에게 매매춘을 알선해주는 포주들이 한 명씩 상주하고 있으며,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이 포주를 통해서 성매매를 알선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유럽이나 일본, 중국 혹은 한국 사람들이며, 성관계는 손님들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매매춘은 비단 아시아권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의 집창촌에서 10대의 금발 소녀와 성매매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매춘부들은 영국 여성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 건너온 여성들이다. 현재 서유럽 대부분의 집창촌에는 이처럼 포주의 손에 이끌려 유럽 각지로 팔려 온 동유럽이나 구소련 연방공화국 출신의 여성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인신매매 시장에서 가장 수익이 좋은 사업은 다름 아닌 매매춘이다. 이런 까닭에 매매춘 시장은 ‘인신매매 시장의 꽃’이자 ‘황금어장’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인신매매 시장의 연간 수익은 총 316억 달러(약 31조 원)며, 이중 절반을 훨씬 넘는 278억 달러(약 27조 원)가 순전히 매매춘을 통해서만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는 노동착취나 장기 밀매 등에 따른 것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244만 명이 인신매매로 인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한 사람당 1만 3000달러(약 1300만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노동착취가 가장 심한 나라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며, 약 136만 명이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불법으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성매매도 심각하지만 근래 들어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어린이 노동착취다. 주로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아프리카나 인도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어린이 노동착취는 그 폐해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대표적인 경우다.
▲ 인도 델리에서 노동착취를 당한 소누(7). | ||
인도 델리 인근에 위치한 칸푸르. 최근 이곳에 위치한 한 공장이 불법으로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한 혐의로 경찰의 수색을 받았다. 당시 일하고 있던 36명의 어린이 중 한 명이었던 소누(7)는 고향에서 멀쩡히 학교에 다니다가 하루 아침에 이곳으로 팔려온 불쌍한 신세였다.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으며, 밤에는 작업대 아래에서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자곤 했다.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400루피(약 1만 원) 정도. 이중 소누의 손에 들어오는 액수는 고작 10루피(약 250원)였다. 나머지는 공장 관리인이 “모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렸다”고 말하곤 했지만 실제 고향으로 보냈는지는 물론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밖에도 인신매매 시장에서 날로 심각해져 가는 시장 중에 하나가 바로 ‘장기 밀매’ 시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이나 파키스탄이 장기 밀매의 천국이었다면 요즘에는 동유럽, 필리핀, 콜롬비아, 이집트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곳들이다. 이는 얼마 전 중국과 파키스탄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불법적인 장기 밀매를 근절하겠노라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몰도바에 거주하는 미하이 이스트라티(33)의 경우를 살펴보자. 8년 전 친구에게 속아 왼쪽 신장을 팔았던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희망을 품고 신장을 팔았지만 남은 것은 고통뿐”이라며 후회하고 있다.
당시 실직자였던 그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나 들었다. 3000달러(약 300만 원)에 신장 하나를 팔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하나를 팔았는데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번 돈으로 오히려 재산까지 늘렸다고 했다.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선뜻 승낙했던 이스트라티는 며칠 후 신장 적출 시술을 받기 위해 멀리 터키 이스탄불로 향했다. 이스탄불의 한 허름한 병원에 도착한 후 처음에는 모든 것이 핑크빛으로 보였다. 과일이나 술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담배도 원하는 대로 피울 수 있었다.
이스트라티의 신장을 이식받는 사람은 이스라엘 출신인 5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당시 언뜻 들었던 말에 의하면 이 수혜자는 이스트라티의 신장을 기증받기 위해 10만 달러(약 1억 원)를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술 당일 날 의사는 이스트라티에게 “자유의지에 의해서 신장을 기증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후 시술을 했으며, 그렇게 그는 ‘헐값’에 자신의 신장을 팔아 넘겼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술은 끝났지만 당초 약속했던 3000달러를 전부 받지 못했던 것이다. 앞서 친구가 대납해주었던 교통비나 비자 비용 외에도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500달러(약 50만 원)가량을 고스란히 친구에게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은 2500달러(약 250만 원) 역시 이런 저런 데 쓰고 나자 어디로 갔는지 금세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불과 1년 만에 그는 다시 가난에 쪼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제야 비로소 친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그는 “신장은 도둑 맞았고, 이제 흉터만이 남아 있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모든 인신매매 시장이 그렇듯 포주는 늘 배가 부르지만 노예는 늘 배가 고프기 마련인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