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용띠클럽)>에 참여해 1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미 일요일 오후 방송하는 KBS 2TV의 대표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을 5년째 이끌면서 주말 시청률을 책임지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평일 밤 11시대 시청률까지 붙잡을 ‘적임자’로 발탁됐다. 특히 <용띠클럽>은 그동안 KBS가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화요일 밤에 편성됐다는 사실에서 차태현에 거는 제작진의 기대도 엿보인다.
차태현은 어쩌다 본업인 드라마나 영화 출연만큼이나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게 됐을까. 단순한 출연을 넘어 프로그램 연출자의 책임까지 맡고 있는 지금 상황은 분명 ‘특별한’ 경우다.
차태현이 본업인 연기만큼이나 예능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 KBS 제공
차태현은 2013년 시작해 벌써 5년째 ‘1박2일’에 출연하고 있다. 프로그램 터줏대감이던 강호동이 논란이 휘말려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그 여파 탓인지 시청자의 관심과 기대가 흔들릴 때 투입된 차태현은 5년 동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프로그램이 제 자리를 찾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김준호, 가수 김종민도 있지만 차태현은 이들을 아우르는 리더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출연자들이 흔들림 없이 팀워크를 발휘하는 원동력도 차태현으로 지목된다.
사실 차태현에게 KBS는 ‘친정’ 같은 곳이다. 연기자 지망생인 자신을 발탁해 데뷔 기회를 준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한 차태현은 그 해 KBS 2TV 주말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2~3년 동안 <파파>, <첫사랑> 등 1990년대 중후반 KBS 인기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KBS와 차태현의 각별한 연결고리는 더 있다. 차태현의 부친인 차재완 씨는 TBC에서 시작해 KBS 성우로 활동했고, 만화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 목소리로 유명한 차태현의 모친 최수민 씨 역시 KBS 성우로 오래 활동했다.
그런 차태현은 2013년 ‘1박2일’에 고정 출연하기 전까지 예능프로그램 활동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상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1박2일’이 출발인 셈이다. 5년간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차태현은 대중에 친근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기회를 꾸준히 맞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난 첫사랑 아내는 물론 아들, 두 딸과 함께하는 가정 내 모습도 자연스럽게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화려한 스타가 아닌, 일상에서는 평범한 아빠이자 남편인 모습을 보이면서 호감을 높였고, 그 자신이 결정적인 수혜를 입었다.
차태현의 ‘1박2일’ 5년 근속 출연은 시청자에게 그를 KBS 예능을 대표하는 얼굴로 인지하게 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1박2일’은 평균시청률 14~15%를 유지하는 효자 프로그램. 유재석·박명수가 진행하는 <해피투게더3>, 신동엽이 이끄는 <불후의 명곡> 등 여타 KBS 예능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기록이다.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유지하기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1박2일’을 함께 한 KBS 유호진 PD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차태현을 칭했다. 상황 변화가 심한 탓에 순발력과 대응력이 절실한 예능 제작 현장을 누구보다 정확히 간파해 대처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제작진과 신뢰를 쌓은 차태현은 지난 6~7월 KBS 예능국이 기획해 방송한 드라마 <최고의 한 방>의 연출까지 맡았다. 오랜 파트너 유호진 PD와 공동 연출이었지만 드라마는 차태현이 전문가인 만큼 제작 전반에 그의 역할이 더 컸다.
# 파일럿에는 차태현…이쯤되면 ‘스타 기획자’
차태현은 KBS가 시즌마다 기획하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얼굴을 비춘다. 차태현은 지난해 9월 KBS가 추석 파일럿으로 방송한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의 진행을 방송인 김구라와 함께 맡았다. 특집으로 방송해 시청자의 반응을 살핀 뒤 정규 편성을 확정하는 방식의 파일럿 프로그램의 ‘얼굴’로 나선 셈이다. 1년 만인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차태현이 나섰다. 6부작 예능프로그램 <용띠클럽>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차태현에게 출연 여부를 타진했고 그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뒤 콘셉트를 최종 확정했다. 이쯤 되면 차태현을 KBS 예능프로그램 콘셉트에 영향을 미치는 ‘기획자’이자 ‘키 맨’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나영석, 신원호 PD 등 KBS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 연출자들이 잇따라 tvN 등 타 방송사로 이적하면서 아이디어를 함께 구상하고 실현할 인물로 차태현이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그렇게 시작한 <용띠클럽>은 차태현과 절친한 1976년생 동료 연예인들이 5박6일간 함께 보낸 여행기를 담는다. 출연자는 배우 장혁과 홍경인, 가수 김종국, 홍경민. 전부 차태현과 비슷한 시기 데뷔해 20년 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쌓아온 절친한 친구들이다. 이들은 ‘함께일 때는 두려운 게 없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꾸밈없이 함께하는 여행의 모습을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용띠클럽>을 연출하는 최재형 PD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처음 아이디어를 차태현에 전했다고 밝혔다. “섭외 자체가 프로그램 기획이었다”는 최재형 PD는 “차태현에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긍정적인 반응으로 캐스팅이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차태현의 위치가 새삼 드러나는 설명이다. <용띠클럽>은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정규 편성 등을 논의할 계획. 이뤄진다면 차태현은 ‘1박2일’과 더불어 두 편의 KBS 예능프로그램을 이끌게 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