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생산기능에 치중된 농촌에서 탈피, 소비자가 직접 찾아와 맛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젊은 농사꾼이 있어 눈길을 끈다.
충남 천안시 ‘우리 관광 농원’ 박현희 대표. 그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와 맛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그의 꿈은 풍요로운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농민들이 안정된 소득기반을 만들어 빚에 허덕이지 않고 농사를 짓는 명품 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관광 농원’의 박현희 대표(54). 그는 거봉포도 산지로 유명한 천안시 입장면에서 20년째 친환경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극심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입장면에서 박현희 대표는 어린 편에 속한다.
박 대표의 농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작은 연못과 그 옆에 지어진 원두막이 눈에 띈다.
“누구나 편히 쉬다가 갈 수 있는 농장, 소비자와 함께하는 농장이 되길 원했죠”
자연의 여유가 느껴지는 연못과 원두막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상징하는 장소다. 소통은 그의 포도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가 실천하는 친환경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의 포도를 맛본 소비자들은 그의 농장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그의 농장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인기가 높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교보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농장에는 27종의 포도가 있다. 사과 맛이 나는 포도, 클레오파트라가 즙을 짜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포도, 약 4000년 전부터 재배된 포도까지 다양한 맛과 가지각색의 이야기가 담긴 포도들이 그의 농장에서 자라고 있다.
그가 키우는 갖가지 포도들은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출하 시기가 각각 달라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 문화센터 회원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해 농장을 찾는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학교와 가족 단위 방문자들 뿐 아니라 기관, 단체, 기업 등이 농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그의 농장을 빌려 주기적으로 회식을 한다고 한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포도나무 아래서 함께 먹고 즐기는 것이다. 농장 대여료는 무료다. 대신 기업들은 그의 포도를 사 대여료를 대신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체험학습 예약전화로 쉴 틈이 없었다.
박 대표의 농장에서 길러진 포도는 도매시장에 올라가지 않는다. 시장이 정한 가격이 아닌 자부심을 갖고 기른 자신의 포도에 직접 값을 매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생산한 포도 중 50%는 GS리테일에 직접 납품되고, 나머지 50%는 지역의 학교급식 지원센터와 농장을 찾거나 전화 주문하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되고 있다.
유통이 단순해지다보니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질좋은 친환경 포도를 맛볼 수 있고, 농가는 포도를 도매시장보다 좋은 가격에 판매해 소득이 향상됐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4년 전부터 꾸준히 1억 원 이상의 연간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의 꿈은 풍요로운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농촌에서 소득을 높일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요즘 그는 6차 산업(생산, 제조,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 실현에 골몰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 가공, 판매, 서비스업까지 복합된 대농장을 연구 중이다. 그는 최근 와인제조 자격증을 취득해 그의 농장에서 나오는 포도로 와인과 꼬냑을 만들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안정된 소득기반을 만들어 빚에 허덕이지 않고 농사를 짓는 명품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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