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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후보. 임준선 기자 | ||
노 후보는 이날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개혁과 통합의 노선을 지향하는 저로서는 외부인사 영입에 소극적이었으나 제 입장만 관철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 후보교체, 영입 등을 수용하겠다. 8·8재보선 후 원점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을 다시 해도 좋다”고 말했다.
8·8재보선은 자신을 중심으로 단합해 치르고 난 다음에 제3의 인사를 영입해서 2차 국민경선을 실시, 후보를 다시 뽑자는 얘기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 미래연합대표인 박근혜 의원 등이 민주당에 입당, 노 후보의 대항마로 경선에서 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인제 의원에게도 찬스가 주어졌다.
노 후보가 내놓은 극약처방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6·13 지방선거 패배이후 몰아닥친 당 내분 사태를 수습하는 게 첫 번째다. 둘째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역전을 허용할 정도로 최근 급락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다.
당초 노 후보는 당무회의 또는 중앙위원회 회의 등에서 후보 재신임에 대한 찬반여부만을 묻고 현체제로 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으로는 당내에서 비등하는 문책론의 불길을 잡을 수도 없고 추락하는 지지율 만회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의 핵심 측근그룹은 ‘노무현다운 파격 조치’만이 ‘노풍’을 되살릴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무현 구상대로 정국이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지뢰들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 제3인사를 영입해서 재경선을 치를 경우 노 후보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제3인사 영입은 곧바로 정치권의 대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도 같은 의미다. 지난 4월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가 탄생된 당시 상황하고는 전적으로 다른 여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창-반창’ 구도 속에서 노 후보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높은 ‘상품가치’를 보이고 있는 제3인사로는 정 의원이 꼽힌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간의 3자 가상대결에서 노 후보가 28%대로 하락한 반면 정 후보는 18%대에 육박했다. 물론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한 것이 주요인이긴 하다.
그러나 지지층이 20∼30대에 불과한 노 후보에 비해 정 의원은 20∼50대까지 전 연령층을 통해 잠재적 지지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또다른 특수상황이 발생할 경우 ‘노풍’이상의 ‘정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이 한국의 8강진출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팀의 경기에서 보여준 5천만 국민의 대단결은 우리 스스로를 놀라게 했다. 정 의원이 월드컵 열매를 고스란히 가져갈 수는 없지만 8강 이상의 좋은 성과가 나올 경우 정 의원의 파괴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현재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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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경선’ 카드를 던진 노무현 후보의 선택으로 민주당 대권판도에 격변 조짐이 일고 있다. 당내의 이인제 의원뿐 아니라 정몽준 박근 혜 의원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
박 의원은 영남권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서도 노 후보를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노풍은 영남표 확보를 통한 정권재창출이었다는 점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런 차원이라면 박 의원이 노 후보보다 더 좋은 카드가 아니겠냐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는 것. 박 의원은 TK지역은 물론 PK지역과 충청권에서도 상당한 지지층을 가진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이인제 의원도 노 후보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동교동 구파의 안동선 의원은 노무현 후보를 좌파로 규정하며, 이인제 중심의 신당 창당을 강하게 치고 나왔다. 사실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이 의원에게 절호의 ‘찬스’를 가져다줬다. 이 의원이 최근 무소속의 정 의원·미래연합 박 의원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JP와 지방선거에서 뜻을 같이한 이 의원이 4자연대를 할 경우 민주당의 분당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신당설, 분당설의 출발선상에 이인제 의원이 있다.
이처럼 노 후보가 주장한 재경선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 절차가 아니라 ‘후보 교체’로 연결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노 후보가 던진 회심의 승부수가 자신을 쓰러뜨리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셈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제3인사 영입은 정계개편을 촉발시켜 몸낮추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나라당에 의한 역정계개편를 자극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경우 지지세력 없는 노 후보는 삼각파도 속에 침몰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8·8 재보선 이후 재경선을 실시하자는 노 후보의 방안에 대해 반발하면서 지금 당장 실질적인 재신임 절차를 밟자는 당내 여론도 걸림돌이다. 17일 열린 연석회의에서는 강경론이 쏟아졌다. 이상수 의원은 “노 후보가 8·8재보선 이후로 책임을 미룬 것은 온당치 않고 진정 책임을 지겠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노 후보의 승부수가 약점만 안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노 후보가 노풍을 다시 점화시키면서 대선가도를 질주하도록 길을 터주는 대반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이 민주당에 입당해 2차 국민경선에 참여할 확률은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정 의원은 올 대선에 뛰어들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민주당 입당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의원도 정치적 기반인 대구 경북(TK)지역정서상 민주당 입당은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따라서 재경선을 해봐야 노 후보가 ‘대안부재’로 인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 후보가 여전히 당내 다수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할 변수다. 무엇보다 당내 쇄신론과 지방선거 책임론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쇄신파가 노 후보 지지세력이다. 민주당내 다수의 최고위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 영입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색깔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이 상당하다. 연말 대선에서 보수적인 한나라당에 맞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려면 민주당은 개혁성향의 대항마, 즉 노무현의 등위에 올라타는 도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민식 언론인




